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1조 달러 규모 미국 인프라 투자 계획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인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시멘트 철강 등 수요가 살아나고, 일자리 창출로 인해 소비가 늘어나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9일(현지시간)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이를 재확인함으로써 임기 초반에 본격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미국 도시들의 내부를 정비하고 고속도로, 다리, 터널, 공항, 학교, 공항들을 다시 짓겠다”며 “미국의 인프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 것이며 이 과정에서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트럼프 노믹스 기대감에 힘입어 9일 미국·유럽 증시가 급등한데 이어 10일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고속도로의 아버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예고한 바 있다. 공화당 소속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지난 1956년 250억달러 재정을 투입해 미국 전역을 고속도로로 거미줄처럼 연결했다.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강조했던 것은 ‘일자리’였다.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세 인상을 통해 해외에 빼앗긴 일자리를 찾아오겠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공약이지만 대규모 인프라 투자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장의 카드다.
트럼프는 인프라 건설에 미국산 철강을 사용해 꺼져가는 미국 철강산업에 대한 수요를 다시 살리겠다는 복안도 공개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불허된 키스톤 송유관 건설 사업을 취임과 동시에 재개하기로 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트럼프의 핵심지지기반인 백인 노동자 계층이 밀집한 미국 중북부 제조업 밀집지역, 이른바 ‘러스트벨트’의 사활이 달린 문제다. 시멘트 철강 등 건설 중장비와 건설 자재 등 관련 기업이 이날 글로벌 증시에서 주목받은 것도 이 때문다.
1930년대 뉴딜정책 당시 집중 건설됐던 미국의 인프라가 이미 노후화되면서 교체 주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이견이 없다.
미국 토목학회(ASCE)가 4년마다 실시하는 인프라 시설 평가(2013년)에서 미국 전체 인프라 등급은 A∼F 중 ‘D+’를 기록했다. ASCE는 미국의 인프라 개보수에 2020년까지 3조6000억 달러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역시 인프라 투자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프라투자는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두산밥캣의 경우 북미에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거두고 있는 등 건설·중장비 분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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