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재수사’라는 암초에 부딪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향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마지막 승부수로 ‘벼랑 끝 전술’을 선택했다. 이메일 재수사 악재가 불거진 지금 판세가 트럼프가 역전극을 펼칠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트럼프는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미시건 유세에서 “힐러리가 당선되면 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국정이 마비되고 견디기 힘든 헌정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메일 재수사 결단을 내린)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오랜 고심 끝에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클린턴 부부를 끝장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투표율이 힐러리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에 따라, 트럼프 캠프는 힐러리가 앞서는 경합주에서 투표를 방해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민주당은 트럼프 진영이 유권자들에게 선거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투표소에 가지 않도록 위협해 선거를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펜실베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오하이오 연방법원에 트럼프 캠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캠프는 또 “범죄자 힐러리가 대선에 출마한 점, 언론이 일방적으로 힐러리 편을 드는 점, 일부 선거구에서 유권자 등록 오류가 발생한 점 등이 부정선거의 근거”라며 선거불복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벼랑 끝 전술’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우세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것이 미국 정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미 지역별로 약 25% 안팎의 사전투표가 진행됐고, 선거인단이 많은 대형 경합주에서 여전히 힐러리가 앞서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또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은 이미 해묵은 이슈인데다, 공화당원 출신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뒤늦게 재수사 방침을 발표한 것이 힐러리 지지자들의 결집을 자극했다.
힐러리는 “재수사를 해 봐야 결론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번에도 문제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수학과 통계학을 기반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 지난 대선에서 모든 주의 선거 결과를 맞춰 ‘족집게’로 명성을 떨친 선거분석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힐러리와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각각 75.2%와 24.8%로 힐러리가 우위를 보였다. 확보 예상 선거인단 수도 힐러리가 312명, 트럼프가 225명으로 격차가 컸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힐러리가 경합주 가운데 플로리다, 노스캐롤리아나, 네바다에서 승리를 거머쥘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는 오하이오, 애리조나, 인디애나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고 예측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확률은 64.4%였으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의 수는 민주당 51석·공화당 49석으로, 확률이 16.2%에 달했다. 뒤를 이어 50석대 50석이 될 확률이 15.5%였다. 이어 민주당 52석·공화당 48석이 13.8%, 민주당 49석·공화당 51석이 13.1%
파이브서티에이트는 FBI의 이메일 재수사 결정과는 상관없이 트럼프는 힐러리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힐러리와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3차 TV토론 직후 87.3%와 12.7%로 격차가 컸으나 좁혀지는 추세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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