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엔고와 신흥국 경기악화 여파로 일본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4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상반기(4~9월) 501개 상장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5%나 줄어든 3조6274억엔에 그쳤다. 매출액도 7%나 줄어들어 아베 정권 들어 지속돼왔던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기업 실적 악화의 최대 요인은 ‘엔고’다.
올 상반기 달러당 평균 엔화값은 105.2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7엔이나 상승했다. 엔화가치가 불과 1년 만에 이처럼 크게 오른 것은 러시아 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했던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닛케이는 “달러당 엔화값이 1엔 오르면 상장사 순이익은 0.5% 감소요인이 된다”이라며 ”엔고만으로 순이익이 1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엔고는 특히 수출기업 실적에 치명적이다. 대표적인 전자부품업체인 알프스전기는 당초 예상했던 110엔을 훌쩍 뛰어넘는 엔고로 인해 순이익이 7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지필름홀딩스도 인스턴트카메라와 의료기기 사업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엔고로 인해 30%나 이익이 줄었다. 여기에 신흥국 경기부진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도 상장기업 실적 악화를 가중시켰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굴착선사업 부진에다 선박 수주도 급감해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마쓰다 히노자동차 등도 글로벌 수요
올 하반기에는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최대 관건은 엔화값이다. 특히 미국 대선 결과와 금리인상 여부에 따라 금융시장이 흔들릴 경우 안전자산인 엔화가치는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