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우회적인 반박에 나섰다.
반 총장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미주한인위원회(CKA) 주최 ‘전미 한인 리더십 컨퍼런스’ 연설에 나서 “내 좌우명은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소개했다. ‘상선약수’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반 총장은 “물은 지혜와 유연함, 부드러운 힘을 상징한다. 물은 생명이자 평화, 그리고 인간 존엄성”이라며 “유엔을 이끌면서 이러한 덕목을 적용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지난 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생일 때 ‘상선약수’ 휘호를 선물한 사실도 거론했다.
반 총장이 ‘상선약수’를 언급한 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결단력이 부족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맞서 자신의 리더십을 우회적으로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생명과 평화 인권 등을 지키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반 총장이 지난해 말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의 송년회에 참석해 상선약수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미국 한인사회 전체를 향해 이를 대중연설에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내년 1월 귀국 후 차기 대선 출마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유연한 리더십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반 총장은 또 전 세계 청년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고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점, 여권 신장을 위한 노력 덕택에 자신이 페미니스트로 불리고 있는 점 등을 거론하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업적을 소개했다.
고등학생 시절에 백악관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만난 일화도 밝혔다. 글로벌 스타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빗대 자신은 ‘반남 스타일’이라는 재치있는 유머도 선보였다.
반 총장은 연설 직후 특파원들의 대선 관련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귀국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내년 1월 중순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의지에 반해 핵실험 등 규범을 반복적으로 거부하는 유일한 국가”라며 “핵과 미사일 역량을 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지도 못하고 안보를 향상시켜주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 총장은 이에 앞서 메릴랜드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1000여명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설했다. 반 총장은 리더십 관련 질문을 받고 “만약 여러분이 큰 조직을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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