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OPEC이 8년만에 처음으로 감산에 합의한 것은 더 이상 저유가 압박을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사우디의 전략이 바뀌었다. 사우디는 그동안 비 OPEC를 포함한 모든 산유국이 동참하면 감산에 동의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했지만, 결국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됐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탈 원유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의는 사우디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갔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무리한 원유증산 정책을 몰아붙였다가 결국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사우디는 지난 2014년 11월 ‘시장 스스로 균형을 찾게 하자’는 방침을 세웠다. 당시 시장은 이미 과잉공급 현상에 시달리고 있던 상태이다. 여기에 ‘치킨게임’을 강행함으로써 유가폭락을 야기, 고비용 생산자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했던 것이다. 미국의 셰일기업들이 최우선 타깃으로 여겨졌다.
이 방침에 따라 사우디는 OPEC 내에서 주도적으로 증산을 해왔다. 하지만 이는 결국 사우디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계속되는 유가하락에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했다. 이는 주요 20개국(G20)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지난 2년간 사우디의 외환보유고 역시 20%가량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 5631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8월에 비해 1823억달러 격감했다.
지난 4월에만 해도 ‘이란의 동참 없이 산유량 조절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사우디가 이번에는 이란과의 사전 실무회담에서 먼저 감산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수석에너지 애널리스트는 “8년만에 첫 OPEC 합의다. 셰일 시대에도 OPEC 카르텔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것은 치킨게임의 종말이자 OPEC의 승리다”라고 말했다.
이란의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도 배경이다. 서방의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은 지난 1월부터 급격하게 생산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최근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지난 6월부터 하루 380만배럴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란의 원유 생산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이란도 생산량 증가보다 유가 상승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의미다.
물론 이번 감산 합의는 비 OPEC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OPEC의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40% 수준이다. 러시아도 저유가 흐름을 반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브스는 러시아가 지난 9월에도 생산량을 늘렸지만 지난 2월 생산량 동결에 합의했던 만큼 사우디의 조치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OPEC의 산유량 감축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했다. 28일 1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38달러(5.3%) 오른 47.0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하루 최고 상승
[장원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