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첫 TV토론이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프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렸다. 두 후보는 ‘미국의 방향’, ‘번영 확보’, ‘미국의 안보’ 등에 관한 6개 질문을 놓고 불꽃 튀는 논쟁을 벌였다.
NBC 심야뉴스 메인앵커인 레스터 홀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클린턴의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과 건강 문제를 정면으로 강조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와 ‘성차별주의자’로 몰아세우는 등 전방위로 공격했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와 관련한 질문에 트럼프는 “우리 일자리를 다른 나라에 의해 도둑질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주장해온 보호무역주의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다른 나라로 일자리가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지금 중국을 도와주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맺은 모두 무역협정의 전면 재검토를 강조한 셈이다.
또 “클린턴 장관과 다른 이들, 정치인들은 이것(자유무역)을 수년간 해왔다. 당신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골드 스탠더드’라고 부르지 않았나”라며 클린턴이 TPP를 찬성했다가 입장을 바꾼 사실을 꼬집었다.
그러자 클린턴은 “나는 당신이 당신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음을 안다”며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자신이 정점에 있는 ‘트리클 다운’(낙수) 경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은 나머지 95%와 교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는 “세금을 대폭 감면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게 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클린턴이 트럼프가 납세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납세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하자, 트럼프는 “클린턴이 이메일 3만건을 공개하면 곧바로 납세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전 세계의 나라들을 보호할 수 없다”며 “그들을 우리에게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는 일본을 방어하고 한국을 방어하는데 그들은 우리한테 돈을 안 낸다. 그들은 돈을 내야 한다”며 “우리가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일본, 사우디 등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듭 제기한 것으로 보수 우파의 표심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힐러리는 “일본과 한국 등 우리 동맹에게 우리는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고 그것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켜 주고 싶다”고 동맹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이 선거가 많은 지도자의 우려를 자아냈는데 우리의 약속이 유효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우리가 지구촌의 상황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핵 문제에 대해선 클린턴은 “트럼프의 핵무기에 관한 태도가 무신경하다”고 지적했고 트럼프는 “핵무기가 세계에서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중국이 북핵위협을 다뤄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북한에 대해 완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인종차별주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임을 인정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쉽게 일축할 수 없다”며 “그는 우리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미국인이 아니라는 인종차별적 거짓말로 자신의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람은 여성들을 돼지와 굼벵이, 개라고 부른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는 “클린턴의 보좌진이 오바마 태생 논쟁을 먼저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클린턴이 최근 폐렴으로 실신한 것을 거론하면서 “그녀가 체력이 없다.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대통령이 될 얼굴도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그가 112개국을 순방하고 평화·정전 협상을 이끌어 내며 의회 상임위에서 11시간을 증언한다면 나의 체력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TV토론의 승자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꼽았다. CNN방송은 여론조사기관인 ORC와의 공동으로 TV토론 시청자를 상대로 실시간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전체적으로 클린턴이 잘했다는 응답이 6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잘했다는 답변은 27%에 그쳤다.
세부 항목별로도 클린턴이 월등히 앞섰다. 주요 현안 이해도에서 클린턴은 68%를 받았지만, 트럼프는 27%를 얻는 데 그쳤다.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누가 더 적합하냐는 질문에도 클린턴이 67%, 트럼프가 32%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43%에 그친 반면
WP 또한 클린턴을 승자로, 트럼프를 패자로 평가했다. WP는 “클린턴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보다는 훨씬 나았다”면서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 대해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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