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차르(옛 러시아 황제 명칭)’의 재림이다. 2018년 대통령 4선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여당의 총선 압승에 힘입어 권력을 더욱 공고화하는 한편 대(對)서방 강경노선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베를린주의회 선거에서 다시 한번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반(反)난민 기치를 내세운 극우세력 약진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재선가도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18일 치러진 러시아 하원의원(두마·450석) 선거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 푸틴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힘을 실어줬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CEC) 개표가 50%가량 진행된 오후 2시 현재(한국시간), 통합러시아당은 53.5% 득표율을 올려 2위권 당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전통 야당 공산당은 14%,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은 13.9%,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의러시아당은 6.2%를 얻었다. 푸틴 대통령은 명목상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지만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통합러시아당 의장을 맡고 있다. 통합러시아당이 사실상 푸틴당이라는 얘기다. 푸틴 대통령은 투표 종료 직후 “우리가 승리했다는 결과가 확실하다고 선언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통합러시아당뿐 아니라 공산당과 자유민주당, 정의러시아당 등 제2~4당도 모두 푸틴을 지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후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와 저유가때문에 루블화가 급락하고 물가는 치솟으면서 경기침체에 빠진 상황속에서도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을 지지하고 나선것은 국수주의적인 애국주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서방간 대결 구도가 심화된 가운데 러시아 민족주의를 앞세우며 서방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80% 선에 이르고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발판 삼아 대(對)서방 강경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18년 대선 재출마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게 정치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날 열린 독일 베를린주의회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 소속당인 기독민주당(CDU) 득표율이 17.6%에 그쳤다. 직전 선거 대비 6%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수치다. 연정파트너인 사민당(21.6%)에 이어 2당 지위를 유지했지만 베를린이 통일 독일 수도가 된 이래 최악의 득표율이다. 반면 반이(反)이민·반이슬람을 기치로 내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기민당에 불과 3%포인트 뒤진 14.6%를 득표, 2주전 치러졌던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 이어 또다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의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2013년 2월 창당한 신생정당인 AfD는 독일 전역 16개 주의회 가운데 10곳에 진출하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AfD가 독일 정치 1번지인 베를린에 정치적 기반을 확보했다”며 “불과 3년전 창당된 정당이 전국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행정수도인
[노현 기자 /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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