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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9·11테러 추도행사 도중 어지럼증으로 휘청거려 그의 건강문제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사진은 클린턴 후보(가운데)가 이날 뉴욕 9·11테러 추도행사장에 도착하고 있는 모습. |
힐러리는 11일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에서 열린 공식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갑자기 자리를 떴다. 도로변에서 밴 차량을 기다리던 도중에 제대로 서지 못한채 두어 차례 휘청거렸다. 차량에 탑승할 때 경호원의 부축을 받았지만 다리가 풀려 안쪽으로 쓰러졌고 신발 한짝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힐러리는 딸 첼시 집에서 휴식을 취한 후 기력을 회복한뒤 아파트를 나서면서 힐러리는 기자들을 향해 “(상태가) 아주 좋다. 오늘 뉴욕이 아름답다”며 아무일도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하지만 힐러리는 결국 12~13일 예정된 캘리포니아 일정을 취소했고 14일 네바다, 15일 워싱턴DC 유세 일정은 향후 상태를 봐가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대선 스케줄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힐러리 주치의 리자 발댁은 “지난 9일 발견된 폐렴에 탈수 증세가 겹쳐서 일어난 증상”이라며 “항생제를 투여하고 휴식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힐러리는 지난 5일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연설에서도 연신 기침을 해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바 있다. 또 힐러리는 국무장관 재직시 뇌진탕을 겪고 혈전이 발견돼 한달간 업무를 쉬며 입원치료를 받은 바 있고 힐러리 부친이 1993년 뇌졸중으로 사망한 경력이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7월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조사를 받을 때는 “2012년말 뇌진탕 이후에 받은 보고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경우 후보 유고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에서 새 후보를 선출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민주당은 후보가 건강문제로 사퇴할 경우 대처에 대한 규정이 없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끊임없이 힐러리 건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언론이 힐러리 건강문제를 감추고 있다”며 “인터넷에 검색하면 누구나 (힐러리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힐러리가 실어증을 앓고 있다’ ‘힐러리에게 은밀한 질환이 있다’는 주장은 인터넷상에 공공연하게 떠도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같이 의료기록을 공개하자.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힐러리는 지난 7월 2장짜리 건강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로널드 레이건, 밋 롬니 등 과거 대선후보들은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상세 건강기록을 공개했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아슬아슬한 우세를 유지하고 있어 건강이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경우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승부를 가를 경합주에서 얼마전까지만해도 힐러리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6∼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힐러리가 네바다에서 45%대 44%, 뉴햄프셔에서 42%대 41%로 앞섰지만 애리조나에서는 41%대 42%,
CBS뉴스와 유고브가 지난 7∼9일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플로리다에서 힐러리 44%, 트럼프 42% 지지를 얻었고 오하이오에서는 힐러리 46%, 트럼프 39%로 차이를 보였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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