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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는 이달 7일(현지시간)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페스케리아시(市)에 건설된 멕시코공장의 준공식 행사를 열었다. 정몽구 회장과 내외빈들이 기아차 멕시코공장에서 생산되는 K3(현지명 포르테)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일데폰소 구아하르도 비야레알 연방경제부장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하이메 로드리게스 칼데론 누에보 레온 주지사. |
요란하면서도 경쾌한 기계음이 이어지는 이곳은 기아자동차 멕시코공장. 미국 국경에서 약 200㎞ 떨어진 멕시코 북동부의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위치한 이곳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동안 마치 먼지 하나없는 클린 반도체공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기아차공장과 인근 부품 협력사 부지까지 합쳐 축구장 700개 수준인 500만㎡(151만평) 규모의 거대 생산기지에는 기아차의 최첨단 생산기술과 신공법이 응축돼 있다. 프레스공장에 들어서자 대형 프레스 기계 2대가 눈에 띄었다. 5400t 무게의 이 설비는 균일한 품질의 판넬을 만들기 위해 ‘균압 쿠션 시스템’이 적용됐다. 기아차 해외공장 최초의 사례다. 주변에 설치된 고해상 카메라는 프레스 전 공정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품질을 체크한다.
프레스공장에 이은 차체공장에선 300여대의 로봇이 경쾌한 몸놀림과 함께 100% 자동 용접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차체에 색을 입히는 도장공장은 15종류의 컬러 도장이 가능한 친환경 수용성 공법을 적용했다. 의장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일명 ‘원키트(One kit)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차량 한 대당 필요한 부품을 키트에 담아 공급하는 방식으로 해당 차량 키트의 부품만을 끼우면 돼 조립시간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멕시코공장은 기존 키트 운반기기를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교체해 효율성을 배가시켰다.
박우열 기아차 멕시코법인 구매실장은 “기아차의 첨단 생산 노하우가 결집된 만큼 고효율 생산기지의 표본이 될 것”이라며 “멕시코는 중국보다도 임금이 저렴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멕시코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멕시코 자동차공장의 일평균 임금은 약 40달러로 미국의 20~30%에 불과하다. 중국의 시간당 임금(4.2달러)과 비교해도 80% 수준(3.3달러)이다.
사실 멕시코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각축장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GM, 포드, 닛산, 도요타, BMW 등이 잇따라 조단위 투자를 단행해 생산능력을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60만여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운영중인 GM은 2018년까지 5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2013년 이후 해외공장 증설을 자제해왔던 도요타도 ‘멕시코 러시’에 합류했다. 도요타는 10억달러를 투자해 2019년부터 소형차 코롤라 생산을 위한 신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이들 자동차업계가 주목하고 있는건 2010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는 멕시코 내수시장의 매력과 낮은 인건비, 미주지역 전진기지로서의 이점이다. 박 실장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비롯해 세계 49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갖춰 글로벌 시장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런 멕시코시장에 대규모 생산 기반을 갖춘 기아차가 노리는건 ‘흐름의 반전’이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 6~7년 전 ‘퀀텀점프’를 이룬 이후 거의 답보 상태다. 자동차업체별 판매량은 작년 말 기준으로 1위 도요타(1010만대), 2위 폭스바겐(990만대), 3위 GM(980만대), 4위 르노닛산(850만대), 5위 현대기아차(800여만대) 순이다.
멕시코공장 준공으로 현대기아차 생산능력은 단숨에 848만대로 올라선다. 멕시코와 미국 등을 중심으로 K3 등 준중형차 판매량을 더욱 늘려 르노닛산을 누르고 ‘글로벌 톱4’로 올라설 수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멕시코에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공교롭게도 멕시코는 르노닛산을 포함한 일본차의 텃밭이다.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43%에 달해 압도적이다. 르노닛산만 약 25%를 차지한다. 기아차가 멕시코에서 의미있는 성장세를 이룬다면 르노닛산을 압박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멕시코 첫 판매를 시작한 기아차는 올해 이 시장에서 5만5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기아차는 오는 2020년 10만대 판매와 함께 멕시코 점유율 5% 달성을 위해 공세적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올해 5월부터 준중형 K3(현지명 포르테) 생산에 돌입한데 이어 내년 초에는 프라이드 후속(현지명 리오) 모델을 추가 양산할 예정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7일(현지시간) 멕시코공장 준공식에서 “혁신적인 디자인과 세계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해 멕시코 시장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수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아차는 멕시코공장 생산량의 20%만 멕시코 현지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80%는 미주지
기아차공장은 멕시코 누에오보론주에서는 유일한 자동차 생산공장으로 이날 준공식 행사에 멕시코 연방 경제부장관, 누에보레온주 주지사, 페스케리아시 시장 등 멕시코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받았다.
[페스케리아시(멕시코)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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