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동료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자 홍콩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영국 BBC방송, AFP연합뉴스 등은 4일 홍콩의 가사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최근 들어 가사노동자 동료들이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하거나 근무 중 사고로 인해 사망하자 부당대우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홍콩은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나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노동자 인구가 약 30만 명에 이른다. 지난 달에는 필리핀 출신 여성 가자노동자가 고용주의 아파트 건물 외벽 유리 청소를 하다가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4일 시위의 주동자로 알려진 필리핀 출신 가사노동자 밀라누에바 씨는 “올해만 최소 3명이 건물 외벽 유리청소를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밀라누에바 씨는 “건물 외벽 유리 청소는 가사노동자의 일이 아니라 건물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라며 “이런 업무는 트레이닝과 안전 장비를 갖춰야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이주노동자 단체의 돌로레스 발라데라스 대표는 “우리는 고용주가 유리청소를 하라고 하면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우리를 보호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비영리 인권 단체 ‘저스티스 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홍콩 가사노동자 6명 중 1명이 강제 노동과 물리적 폭력, 임금 착취 및 식사·휴식 시간 박탈 등의 피해를 받고 있다.
시위에 나선 가사노동자들은 임금 상승, 노동시간 단축, 더 나은 노동환경 제공 등을 슬로건으로 걸었다. 현재 가사노동자들은 홍콩 최저 월 임금인 4210홍콩달러(약 60만원)를 받고 있는데, 이를 5000홍콩달러(약 71만원)까지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고용주들은 식비와 독립 주거 공간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자 중 40%는 주거공간이 아예 없다. 그나마 주
한 시위참가자는 “고용주와 같은 집에서 살아야만 하는 환경 때문에 학대를 벗어나기가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홍콩정부는 아직까지 가사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법안 개정에 대해 어떠한 대응도 하고 있지 않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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