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해외에 쌓아둔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 중 일부를 내년에 미국으로 들고 오겠다고 밝혔다. 애플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130억유로(약 16조2000억원)의 ‘세금 폭탄’을 받게 된 직후에 나온 반응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국영방송 RTE와의 인터뷰하면서 “해외에 모아둔 현금을 가능한 한 빨리 미국으로 송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 시기는 이르면 내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쿡 CEO는 “미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챙겨뒀다”고 말해 ‘립 서비스’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EU의 이번 결정을 ‘정치적인 개수작’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애플은 전 세계에서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판매해 얻은 이익의 대부분을 외국에 쌓아두고 있다.
미국 법인세율이 최고 35%에 달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6월말 현재 보유한 현금은 2320억달러(약 260조원)이며 이 가운데 2150억달러는 해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쿡 CEO가 이번에 해외현금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은 EU의 과세 결정에 대한 강한 불만을 피력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미국 법인세율 35%를 고려할 때 최소 20억달러의 세금을 애플이 내게 될 경우 57억달러(6조4000억원) 이상을 미국으로 들여오게 되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30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아일랜드 정부에 130억유로의 세금을 애플에 부과하라고 명령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대형기업 유치를 위해 애플의 세금 부담을 크게 낮춰줬으며 이에 따라 애플의 실효법인세율은 2003년 1%에서 2014년 0.005%까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다. 쿡 CEO는 “애플은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특별 대우를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며 “집행위원회는 아일랜드의 조세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향후 유럽에 대한 투자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쿡 CEO는 애플의 2014년 실효세율이 0.005%에 불과했다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경쟁 담당 집행위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그해 애플의 글로벌 법인세율은 26.1%였다고 언급했다. 애플이 장부상 유럽 실적의 대부분이 기록되는 아일랜드에 낸 세금은 2014년 4억달러였다고 쿡은 밝혔다.
쿡 CEO가 해외 이익의 본국 송환을 시사한건 미국의 법인세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최고 35%에 달하는 법인세율을 낮춰줄 경우 해외 자금을 본국으로 들여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CNB 인터뷰를 통해 애플이 부정직하며 쿡 CEO의 행동은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애플은 EC의 천문학적 과세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에서 영업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쿡 CEO는 “우리는 아일랜드와 37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해 왔다. 우리는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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