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나는 힐러리 편…함께하면 더 강해"
↑ 미셸 오바마/사진=연합뉴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마침내 "나는 그녀(힐러리 클린턴) 편"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공식으로 지명하기 위한 전당대회 첫날인 25일(이하 현지시간) 무대에 올라 행한 연설에서였습니다.
백악관에서의 생활이나 캠페인 활동 등을 소재로 만들어진 약 2분간의 소개 영상이 끝난 직후 미셸 여사는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힘찬 걸음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미셸 여사의 연설 주제는 맨 처음 부분에 표현한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이었고, 그의 연설 소재는 자신의 두 딸을 비롯한 미국의 소녀들이었습니다.
그는 "백악관에서 내가 하는 생활이 누군가에게 기반이 되고, 내가 내 경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걸 본받는 사람(의 일생)을 좌우한다"며, 곧바로 "딸들에게 아버지의 시민권이나 종교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무시하도록 하고, TV에 나온 공인에게서 듣는 증오에 찬 말들이 이 나라의 진정한 정신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며 공화당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함께 공격했습니다.
이어 그는 "오는 11월에 우리가 투표소에 가서 결정하는 것은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 혹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가 아니라, 누가 앞으로 4년이나 8년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형성할 권력을 갖게 될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분위기를 고조시킨 미셸 여사는 "내 친구 힐러리 클린턴만이 유일하게 그런 책임을 맡길, 그리고 진정으로 미국 대통령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8년 전 그녀(클린턴)가 경선에서 패했을 때 그녀는 화를 내거나 환멸에 빠지지 않았고, 정말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자신의 실망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힌 미셸 여사는 클린턴이 "압력에 굴하지 않는 사람이고, 내 딸들이나 다른 어린이들을 위한 대통령감"이라고 클린턴을 치켜세웠습니다.
미셸 여사는 "위기를 맞았을 때 우리는 서로 돌아서는 대신 서로의 말을 듣고 서로를 의지한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함께 하면 더 강하기(stronger together) 때문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곧바로 미셸 여사는 "힐러리 클린턴은 그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나왔고, 그 점이야말로 내가 이 선거에서 그녀의 편(I'm with her)인 까닭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함께 하면 강하다'는 클린턴의 대표 선거 구호고, '나는 그녀의 편'이라는 말은 이번 대선에서 클린턴 지지자들이 대표적으로 쓰는 말입니다.
이어 미셸 여사는 "팀 케인 같은 지도자는 품위와 헌신이 무엇인지를 어린이들에게 보여준다"며 클린턴의 부통령후보(러닝메이트)인 케인도 함께 칭찬했습니다.
클린턴을 "배짱과 우아함을 겸비한 지도자"라고 호평한 미셸 여사는 "내 딸들과 다른 자녀들이 클린턴 때문에 이제는 여성도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말하며 우렁찬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나라가 위대하지 않다고, 그래서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누구도 말하지 못하게 하자. 지금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고 힘줘 말했다. 트럼프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겨냥한 것입니다.
미셸 여사는 "마지막까지 열정과 힘을 다해" 선거운동을 하고 클린턴을 당선시키자고 당부한 뒤 14분 동안의 연설을 마쳤습니다.
미셸 여사가 클린턴을 '내 친구'라고 지칭하며 대통령 자격을 갖췄다고 말하자 거의 모든 사람이 기립박수를 보냈고, 미셸 여사가 연설하는 도중에는 클린턴의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던 대의원이나 청중들도 거의 모두 보라색 바탕에 흰 글씨로 '미셸'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를 보냈습니다.
이날 미 언론은 "민주당 전대 첫날의 최고 스타는 바로 미셸 오바마"라며 "분열된 민주당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호평했습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셸 여사를 이날의 최고 승자로 꼽으며 그의 연설은 완벽한 홈런이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WP는 "그는 백악관에서 흑인 두 딸을 키우는 개인적인 경험을 끌어들여 남편의 역사적인 대통령 재임과 클린턴의 역사적인 대선 도전을 함께 연결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셸 여사가 영부인 선배이자 한때 적이었던 클린턴을 위해 이날 전당대회 중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NYT는 미셸 여사가 한때 남편이 누렸던 지지를 클린턴에서 다시 한번 보내달라고 민주당원들에게 호소했고, 자신의 인기를 클린턴에서 몰아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표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한 대단한 여성이 믿을 수 없는 연설을 했다"며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있을까. 이런 여성을 영부인으로 두고 있는 미국은 축복받았다"라는 찬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미셸 오바마는 비난조의 단어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트럼프의 캠페인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트럼프의 이름을 한번도 거론하지 않고 그를 완전히 뭉개버렸다"라는 호평이 이어졌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한편 NYT는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지난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한 찬조연설문은 미셸 여사의 2008년 민주당 연설문을 두 단락 이상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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