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트럼프 지지 거부한 크루즈 "내 아내와 아버지 공격한 트럼프"
↑ 사진=MBN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끝내 지지하지 않아 당내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나는 내 아내와 내 아버지를 공격한 사람들을 지지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크루즈는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역구인 텍사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대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트럼프 캠프에 "아첨하는 강아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전했습니다.
크루즈는 전날인 20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사흘째 전당대회에 찬조연설자로 나서 자당 대선후보로 공식 확정된 트럼프를 지지하기는커녕 11월 대선에서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고 주문해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야유를 받으며 당내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공화당 경선 2위 주자인 크루즈는 앞서 경선 막판까지 트럼프와 진흙탕 싸움을 벌인 바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는 당시 모델 출신인 자신의 아내와 크루즈 부인의 외모를 비교하며 모욕하는가 하면 크루즈의 부친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크루즈의 가족을 직접 공격했습니다.
지난 3월 트럼프가 자신의 아내 멜라니아와 경쟁 대선주자인 크루즈 의원의 부인 하이디의 사진이 나란히 배치된 이미지를 리트윗한 장면. 이 이미지에는 '사진이 천마디의 말에 값한다'라는 캡션이 달렸다. 트럼프가 연일 공격하는 하이디는 이 사진에서 매우 성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날 지역구 대의원과의 만남은 크루즈가 전날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지만, 격한 논쟁과 분노에 찬 고성이 오가는 등 다시 한 번 공화당의 내홍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특히 일부 참석자는 크루즈에게 그 자리에서 당장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크루즈는 거부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크루즈는 자신은 트럼프의 요청으로 찬조연설에 나선 것뿐이며, 트럼프는 연설을 요청했지 "지지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연설 당일 사전에 기자들에게 연설문 사본을 배포했기 때문에 트럼프 캠프도 "내가 뭐라고 말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한 남성은 크루즈가 말하는 도중 "자리에 앉아!"라고 외쳤고, 또 다른 남성은 "지금 당장 지지 선언을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다른 사람도 "당장 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참석자들이 크루즈가 과거 누구든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면 지지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지적하자 크루즈는 트럼프가 자기 가족을 공격한 순간 그 합의는 "폐기됐다"고 맞섰습니다.
일부 참석자는 크루즈가 민주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을 돕고 있다고 큰 소리로 비난했습니다. 크루즈가 4년 뒤 대권을 노리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유보했다고 비꼬는 '클린턴-크루즈 2020'이라는 사인도 등장했습니다.
반면 크루즈 지지자들은 크루즈가 발언할 때 박수를 치거나 비판자들과 언쟁을 벌이며 크루즈를 두둔했습니다.
NYT는 이는 "역사적으로 단합을 위해 준비된 순간에 한 정당 내 격렬한 불화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장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크루즈는 이날 반(反) 트럼프 운동에 나설 계획은 없다면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습니
크루즈의 전당대회 발언에 대해 당일에는 "별일 아니다!"(No big deal!)라고 했던 트럼프는 이튿날 트위터를 통해 크루즈를 비판했습니다.
트럼프는 "테드 크루즈는 헌법을 언급했지만,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기면 임명된 판사들이 우리 모두를 망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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