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벌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지명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지 않으면서 당내 갈등의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날인 20일(현지시간) 연단에 오른 크루즈는 “우리는 특정 후보나 캠프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미래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며 “자유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여러분이 신뢰하는 후보에 양심껏 투표하라”고 주문했다.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원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라는 얘기로 크루즈의 극적인 지지선언을 바랐던 트럼프 진영의 기대가 일순간에 무너진 것은 물론 크루즈의 지지를 당 통합 발판으로 삼으려던 공화당 대선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크루즈 연설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야유를 퍼부었고 트럼프 자녀들의 표정도 굳어졌다. 크루즈 연설 도중 트럼프가 다음 차례에 연설할 부통령 후보 마이크 펜스를 소개하기 위해 대회장에 등장하면서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청중의 야유와 비난속에 트럼프는 펜스를 직접 소개하려던 계획을 취소했고 곁에 있던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날 마지막 연사로 등장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는 부통령 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하면서 트럼프와 펜스의 ‘불안한 동거’도 시작됐다. 펜스 부통령 지명자는 공화당 경선중 트럼프 대신 크루즈 지지선언을 한 바 있다. 펜스는 “비록 뉴욕 출신 사업가가 못마땅하더라도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트럼프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보다는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를 앞세운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성장환경과 정치철학 이념성향 등 모든 면에서 ‘달라도 너무 다른’ 두사람의 동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자유무역 옹호론자인 펜스는 트럼프가 폐기를 약속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한다.
트럼프가 “역대 최악의 결정”이라고 지목한 이라크전을 지지했던 대표적 인사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히스패닉 판사는 불공정한 판결을 내릴 우려가 있다”고 했을 때 펜스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공박했고 트럼프가
[클리블랜드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