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전당대회…"한목소리 내는 유일한 지점은 힐러리 비난할 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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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19일(현지시간) 공화당 주요 지지 연사들은 민주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을 일제히 공격했습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오하이오 주(州) 클리블랜드의 농구경기장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공화당 이틀째 전당대회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주요 연사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하나같이 클린턴 전 장관을 비판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힌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직 시 '이메일 스캔들'과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영사관 테러 사태는 물론 그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악마와 연결짓는 주장까지 소재도 다양했습니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로 나섰다가 중도 하차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그녀의 행동과 인격에 책임을 물을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며 '이메일 스캔들'을 비롯해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임기를 문제 삼으며 청중을 향해 클린턴 전 장관이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물었습니다.
이에 대의원과 청중들은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를 수차례 외치며 '화답'했습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메일 스캔들과 벵가지 사태는 물론 무역, 시리아, 이란, 러시아 등 여러 이슈에서 클린턴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크리스티가 트럼프에 대해서는 한 10초쯤 언급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클린턴 얘기에 쏟았다고 전했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크리스티가 "클린턴 모의재판의 검사 역할을 했다"고 표현했습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역시 클린턴 전 장관의 당선은 "실패한 체제의 중단"이 아니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3번째 임기를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과 벵가지 사태 등 여러 이슈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비판을 피하려고 계속 진실을 왜곡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샤론 데이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는 "영부인으로서, 당신은 당신 남편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피해 여성들의 인격을 악랄하게 공격했다"며 "나는 언젠가 내가, 또 내 손녀들이 여성 대통령을 보기를 바라지만, 힐러리 클린턴 같은 여성은 아니다"라고 가세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수논객 벤 카슨은 클린턴 전 장관과 '악마'(루시퍼·Lucifer)'와의 연관성을 주장했습니다.
카슨은 클린턴이 대학 졸업논문에서 다룬 미국 인권운동가 솔 알린스키가 그의 저서에서 '루시퍼'를 '자기만의 왕국을 세운 최초의 급진주의자'라고 평가했다면서 "악마를 인정한 이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싶은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미 언론들은 공화당 정치인들이 자당 후보를 최대한 선전하고 부각해야 할 전당대회의 황금시간을 클린턴 전 장관 때리기에만 열을 올린 데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WP는 "공화당 전당대회 첫 이틀은 분열을 초래한 자당 후보의 이미지를 원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클린턴을 악마화하는 데 이례적일 정도의 시간을 할애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전당대회의 풍경은 후보 지명 이후에도 봉합되지 않은 공화당의 분열상을 잘 드러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NYT는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되며 떠들썩했던 경선 시즌이 끝났지만, 분열을 초래하는 그의 입후보에 대한 의문은 끝나지 않았다"며 "트럼프와 공화당의 간극은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후보 지명을 공개투표 '롤 콜''(Roll Call)에서 721명의 대의원이 트럼프 아닌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전체 대의원의 30% 이상이 트럼프에 반대한 것입니다.
이는 경선 과정에서
NYT는 "공화당이 잠시라도 한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지점은 힐러리 클린턴을 비난할 때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