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를 공식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하고 대선승리를 향한 세결집을 위해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가 첫날부터 분열 양상을 드러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구두 투표로 대선 후보를 지명한다”는 규칙을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스톱 트럼프(Stop Trump)’ ‘덤프 트럼프(Dump Trump)’ ‘네버 트럼프(Never Trump)’등 반(反)트럼프 진영에 선 대의원들이 투표 방식 변경을 요구하며 거칠게 항의해 전당대회가 한때 파행을 맞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경선결과에 관계없이 대의원들이 자유롭게 지지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이 거부되자 다른 편에서는 주별로 지지후보를 호명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며 전당대회 진행을 방해했다.
이같은 요구가 모두 묵살되고 당초 규정대로 투표방식이 정해지자 일부 대의원들은 출입증을 집어던지며 자리를 떠났고 게리 에미네스 전 노스다코타 주의회 공화당 의장은 사직서를 내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대의원들은 ‘트럼프’ ‘USA’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트럼프 진영 시위에 맞섰다. 이날 전당대회 주제는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Make America Safe Again)’였지만 대부분의 연설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성토로 채워졌다. 벵가지 사건 영상에 이어 등장한 벵가지 희생자 가족과 당시 생존자 등이 힐러리 비난에 앞장섰다. 벵가지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패트리카 스미스는 “내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힐러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가 없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대선후보는 나흘간 열리는 전당대회 마지막날 등장한다’는 전통을 깨고 전당대회 첫날 저녁에 연사로 나선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를 소개하는 파격을 연출했다. 공화당 대선후보가 전대 첫날에 등장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멜라니아는 “남편은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또 해야 할 일을 실제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멜라니아의 연설이 8년전 미셸 오바마 연설과 흡사한것으로 드러나 표절 논란이 확산되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멜라니아는 “연설문을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고 트럼프 캠프에서는 “스피치 전문가들과 멜라니아 연설을 수주 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두 단락이다. 멜라니아는 이날 연설에서 “부모님은 네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노력하라고 가르치셨다. 너의 말이 곧 약속이므로 네가 말한것을 실천하고 약속을 지키라고, 사람을 존중하라고 배웠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셸은 “오바마와 나는 생각이 같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말이 곧 약속임을 인식하고, 말한대로 실천하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갖지 않고 있다고 해도 타인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하는 걸 얻기위해 노력하라(Work hard for what you want)’, ‘말이 곧 약속이다(Your word is your bond)’는 대목이 흡사하다.
멜라니아는 또 “후대에 ‘너의 꿈을 막을 수 있는 건 네 의지밖에 없다’는 메세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2008년 “우리는 ‘너의 성공을 가로막는 것은 너의 꿈의 크기와 의지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우리 자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미쉘 오바마의 발언과도 비슷하다. 표절논란이 일자 책이나 잡지 등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와 문장들이어서 일방적으로 표절이라고 몰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전당대회장 외부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로 불상사는 없었지만 팽팽한 긴장이 계속됐다. 또 총기를 휴대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몰려든 트럼프 지지자들이 시위대와 맞서는 살벌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클리블랜드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