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강릉 방향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버스와 화물차 모습. 지난 17일 강원도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봉평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6중 추돌사고를 계기로 고속도로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재훈 기자> |
오전 11시께 K고속버스 소속 차량 두 대는 동서울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마자 제2중부고속도로 호법인터체인지 구간을 줄지어 달리면서 수 십번의 끼어들기 행태를 반복했다. 특히 사고가 난 봉평터널 구간에선 대형버스들이 크루즈컨트롤(자동 정속주행) 기능을 켜놓고 달리다가 뒤늦게 앞차와의 좁혀진 간격을 파악하고 급브레이크를 밟는 위험천만 상황까지 빈번하게 연출됐다. 대형버스가 ‘살인 흉기’로 둔갑해 4명을 생명을 앗아간 참사에도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은 손톱만큼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대형버스 추돌사고의 심각성은 통계로도 이미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7건에 그쳤던 전세버스사고 발생숫자는 지난해 78건으로 2년전 대비 66% 수준 ‘확’ 늘어났다. 사상자 숫자 역시 같은 기간 212명에서 362명으로 41% 이상 증가했다.
영동고속도로 5중 추돌 사고를 비롯해 시시각각 반복되는 ‘사람잡는 대형버스 사고’엔 공통분모가 있다.
안전거리 미확보, 졸음운전, 대열운전 등 운전자의 부주의한 운전 습관이다. 지난 5월16일 발생해 이번 사고와 마찬가지로 4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남해고속도로 창원 1터널 사고의 경우 안전거리 미확보와 대열운전의 ‘합작품’이었다. 터널 속을 줄지어 운행하던 전세버스 5대와 그 틈에서 달리던 트럭·경차·SUV 차량 등 4대가 9중 연쇄 추돌을 일으켰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전세버스들이 같은 차선에서 10~20m간격으로 줄지어 달리고 있다가 전방의 차량이 급정거하자 잇따라 추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형 차량들의 대열운행부터 당장 금지해야 한다는 운전자와 전문가 목소리도 높다. 현재는 대열운행을 ‘안전거리 미확보’로 처벌하는 규정은 있지만 처벌 사례는 거의 없다. 구체적인 거리 기준도 없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속수무책이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에서는 대형차가 차선을 벗어나거나 일정 거리 안에 다른 차량이 포착되면 경보음이 울리거나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시스템이 일부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영동고속도로 사고 당시 가해 버스는 시속 105km로 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해안 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 등은 제한속도가 시속 110km지만 사고가 난 영동고속도로는 100km로 제한된 곳이다. 경찰은 제한속도를 넘긴 차량이 졸음운전 또는 전방시야 확보에 부주의한 상황에서 제동없이 차량을 들이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운전자 방모(57)씨를 구속할 방침이다.
졸음운전과 전방주시 부주의로 인한 치명적 대형차량 사고는 버스뿐만 아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화물차가 원인이 된 교통사고 사망자도 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명)보다 41%나 늘었다.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82%는 졸음운전과 전방주시를 게을리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런 사고를 막기위해 정부는 버스와 화물차 등 1t 이상 차량에 대해 지난 2011년부터 운행기록장치(타코미터) 부착을 의무화하도록 법 규정을 개선했다.
하지만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법이 되고 있다. 운수업체와 운수노조인 화물연대 등의 반발로 운행기록을 제출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행기록을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처벌 규정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제도나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이해당사자들과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여객·화물 업계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대안으로 거론되는 주변 교통 상황과 차량 급정거, 낙하물 등 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주행속도를 높이고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지능형 교통시스템도 아직까지는 요원하기만 하다.
당초 정부는 2007년 ‘스마트 하이웨이’란 이름하에 사업에 나섰지만, 이름만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로 바뀐 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예산부족 상황 등이 반복되면서 시범사업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운전기사들의 근무여건 향상을 위해 전세 관광버스에 만연한 지입제 관행도 개선도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지입제는 지입이란 기사가 차량을 구입해 회사와 계약을 맺고 운행을 하는 것이다.
기사들의 수입 자체가 얼마나 달리느냐에 따라 좌우되다 보니 늘 수면이 부족하고 피로한 상황에서도 기사들이 핸들을 잡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지입제 전세버스는 1816대로 직영차량 437대의 4배에 달한다. 하지만 차량 1대당 안전관련 지출 비용은 직영 차량은 8
[평창 = 이재철 기자 / 서울 = 전정홍 기자 /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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