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에 관한 법안’이 미국 연방의회 상원 상임위원회인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하면서 추모의 벽 건립에 탄력이 붙었다.
‘추모의 벽’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내셔널몰의 한국전 기념공원을 둘러싸는 대형 유리 벽으로 한국전에 참여한 미군 전사자들의 이름이 모두 새겨질 예정이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에 관한 법안(H.R.1475)을 상정하고 구두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채택된 법안은 곧바로 상원 본회의에 상정됐다.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법안은 지난 2월 하원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으며 이번에 상원 상임위를 통과함으로써 머지 않은 시기에 결실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미국 연방의회가 15일부터 휴회에 들어가지만 9월 회기가 속개되면 상원 본회의에 상정된 관련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모두 한국전 기념공원에 추모의 벽을 건립하는 방안에 대해 이견이 없어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 2월 하원을 통과한 법안과 이날 상원에 상정된 법안의 내용이 서로 달라 이를 일치시키거나 상원 통과후 하원 본회의에서 재차 의결해야 하는 절차가 남았다.
추모의 벽 건립 법안은 한국전 참전 용사 출신인 샘 존슨(공화·텍사스) 의원이 발의하고 역시 한국전 참전용사인 찰스 랭글(민주·뉴욕), 존 코니어스(민주·미시간)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서명한 것이다. 6·25 발발 65년을 넘어서면서 미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6·25가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고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법안이 마련됐다.
법안에는 미국 전쟁기념물 관리위원회가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으로부터 미군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벽 설계를 제출받아 이를 검토하고 추모벽 건립을 위한 민간 기부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추모의 벽이 들어설 예정인 한국전 기념공원은 지난 1995년 7월 27일 6·25전쟁 정전 42주년을 맞아 개장했으며 실제 참전용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19명의 병사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한국에서도 ‘추모의 벽’ 법안의 통과 여부는 관심사였다.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희생된 유엔군의 대부분인 미군이고 이를 밑거름으로 해서 현재까지 한·미 동맹이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군이 연인원 195만명 참전했는데 그 중 180만명이 미군이었다”며 “공식 기록에 따르면 3만6940명이 전사하는 등 13만7250명이 실종, 부상, 포로 등의 희생을 치렀다”고 말했다. 한국전 기념공원에는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관련해 미군과 유엔군의 전사자 수와 부상자 수, 실종자 수, 포로 수가 숫자로만 적혀 있어 당사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기록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6·25 참전용사가 고령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추모의 벽’ 건립이 속히 이루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추모의 벽’ 건립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민간 기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한국전 기념공원을 유
한국전 기념공원 인근의 베트남전 기념공원에는 5만8175명의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가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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