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희대의 비행기 납치사건 수사중단…"현찰과 범인은 어디로?"
↑ 비행기 납치사건 용의자/사진=연합뉴스 |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희대의 비행기 납치 용의자인 D.B 쿠퍼 사건의 수사를 45년 만에 중단했습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FBI 시애틀 지부는 이날 "7월 8일 자로 FBI는 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사건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자 쿠퍼 사건 수사에 배속된 인력을 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엄청난 수사 인력과 첨단 과학 기자재를 투입해 45년째 용의자의 행방과 그의 정체를 규명하지 못한 사건 수사를 중단하고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입니다.
미제로 남은 D.B 쿠퍼 사건은 댄 쿠퍼라는 남성이 1971년 여객기를 폭파하겠다며 조종사와 승무원을 위협해 비행기를 납치하고 나서 인질 석방 대가로 받은 20만 달러(약 2억2천920만 원)를 몸에 두른 채 낙하산을 타고 비행기에서 탈출한 만화 같은 사건입니다.
용의자의 이름을 따 댄 쿠퍼 사건으로 불러야 하지만 최초로 보도한 당시 언론이 D.B 쿠퍼라고 잘못 전한 것이 그대로 굳어져 D.B 쿠퍼 사건이 됐습니다.
FBI를 비롯한 수사 기관이 쿠퍼의 행방과 생사를 캐내려고 총력을 퍼부었지만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도록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사건은 FBI 수사상 가장 길고 가장 철저한 조사를 벌인 사건 중 하나입니다.
댄 쿠퍼라는 이름의 남성은 1971년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인 11월 24일, 오리건 주 포틀랜드 공항에서 20달러를 주고 워싱턴 주 시애틀·터코마 공항으로 가는 노스웨스트 오리엔트 여객기 편도 항공권을 샀습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검은색 정장과 흰색 와이셔츠, 그리고 검정 넥타이를 맸습니다.
여객기 뒤쪽에 앉은 쿠퍼는 이륙 후 승무원에게 자신의 서류 가방에 폭탄이 있다는 쪽지를 건넸습니다.
믿지 못할까 봐 가방을 열어 빨간색 원통 주변으로 여러 가닥의 전선이 감긴 폭탄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쿠퍼는 시애틀·터코마 공항 도착과 함께 인질로 잡은 승객과 승무원을 풀어주는 대가로 수사 기관에 20달러 지폐로만 이뤄진 현금 20만 달러와 낙하산 4개를 요구했습니다.
몸값을 받자 승객 36명, 승무원 2명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그는 일부 승무원을 계속 비행기에 태우고 기수를 멕시코시티로 돌렸습니다.
쿠퍼는 시애틀·터코마 공항을 이륙해 네바다 주 리노에 이를 무렵 비행고도 1만 피트(3천48m) 상공에서 돈을 입고 있던 정장에 두른 채 낙하산을 펴고 비행기에서 탈출했습니다.
맨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깜깜한 밤에 낙하산에 의지한 채 몸을 날려 사라진 것입니다.
수사 기관은 애초 쿠퍼가 군인 출신의 노련한 스카이다이버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수년간의 수사 후 어떤 노련한 스카이다이버도 비마저 내리는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시속 321㎞로 불어오는 강풍을 그대로 얼굴에 맞아가며 위험하게 낙하를 시도하진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1980년엔 한 소년이 부식된 컬럼비아 강 주변에서 20달러 현찰 뭉치 5천800달러를 발견해 잠시 수사에 활기를 띠기도 했다. 이 현찰의 일련번호는 수사 기관이 쿠퍼에게 건넨 지폐의 그것과 일치했습니다.
낙하산 잔해와 쿠퍼의 넥타이 등도 발견됐지만, 그의 행방을 알려줄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했습니다.
용의자가 댄 쿠퍼란 이름을 프랑스 만화 '댄 쿠퍼'에서 따왔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만화는 캐나다 공군의 시험 비행 조종사를 다룬 만화로 영문으론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1963년 발간된 이 만화에선 어두운색 정장과 눈 가면을 착용한 주인공이 비행기 뒤에 앉아 군용 낙하산을 펴고 비 오는 날 밤 숲에 낙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쿠퍼 사건과 워낙 비슷해 만화 애호가들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FBI는 쿠퍼 사건의 여러 증거를 워싱턴 D.C에 있는 본부로 옮겨 보관하되 미국 국민에게 쿠퍼가 사용한 낙하산이나 그가 탈취한 현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면 지역 FBI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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