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좀비은행’이 유럽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까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고조로 치솟는 등 글로벌 은행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은행 구제방안을 놓고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탈리아는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NPL) 규모가 3600억유로(약 456조원)로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로 인해 주가까지 30% 이상 빠지면서 언제 터질 지 모를 경제뇌관이 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 부실은행 자본확충에 필요한 공적자금 규모가 1500억유로(191조원)에 달할 것으로 도이체방크 추산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비드 폴케르츠-란다우는 “유럽은 심각하게 병들었고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파산 위험성을 알리는 지표중 하나인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은 254.6bp(1bp=0.01%포인트·7일 기준)을 기록해 유럽 재정위기가 닥쳤던 2011년 11월 25일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CDS는 채권 발행 기업이 부도가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도산 우려가 커져 채권 발행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의미다. 도이체방크 CDS프리미엄은 지난달말 브렉시트 결정 이후에만 무려 73.3bp가 급등했다.
우니크레디트도 브렉시트 이후 44.3bp,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도 60.7bp나 치솟았다. 이와함께 블룸버그의 유럽 500 은행·금융 서비스 지수는 올 들어서만 33%나 폭락하며 지난 7일(현지시간)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은행권 부실이 커지면서 브렉시트로 가뜩이나 흔들리는 유럽 경제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이사회 의장이자 유럽중앙은행(ECB) 전 이사인 로렌조 비니 스마기는 “이탈리아 은행 위기가 나머지 유럽 지역으로 퍼질 수 있고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제한하는 규제는 더 큰 충격을 막기 위해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필리 힐데브란트 부회장도 이달초 EU 집행위원회가 각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부실에 빠진 은행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각국은 공적자금 투입 외에는 별다른 회생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은행들 장부에 기재된 부실채권(NPL) 가치가 실제 시장에서 절반 수준만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중앙은행은 시중 부실은행들이 자본 부족분이 어느 정도인 지에 대한 공식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지만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최대 3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는 이탈리아 3대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는 적게는 20억유로, 많게는 60억유로의 추가 자본을 필요로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니크레디트도 최대 100억유로, 지방의 소형은행들도 수백만유로의 자본확충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이탈리아는 피자가게보다 더 많은 은행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부실채권 뿐만 아니라 인력·점포 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여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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