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무력시위…美 김정은 제재·사드배치 반발인듯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한미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공식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인 9일 동해에서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것은 고강도 대북 압박에 맞선 무력시위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지난 4월 23일 이후 두 번째로 SLBM을 발사하면서 다종화된 핵 운반 수단을 과시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함경남도 신포 동남방 해상에서 발사된 SLBM 1발은 신포급(2천t급) 수중 잠수함에서 발사되어 물 밖으로 튀어 올라 점화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10여㎞ 고도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비행거리 또한 수 킬로미터에 불과해 2개월여 전 30여㎞ 비행 때보다 비행기술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북한의 이번 SLBM 발사는 한미 군 당국이 전날 주한미군 사드배치를 공식 발표한 지 정확히 하루 만이어서 특히 주목됩니다.

한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한반도에 사드배치를 결정했다. 북한으로서는 사드배치를 또 하나의 대북 압박 수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발사 의도는 현재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지만, 시점상 사드배치에 대응해 자신들의 핵탄두 운반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은 사드에 맞서 자신들이 가진 핵 운반 수단이나 핵 능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SLBM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사드배치가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선전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군은 사드를 동해안 북부 지역에서 운용할 경우 북한이 쏜 SLBM을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사드로 SLBM을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SLBM이 실제 실전 배치될 경우 깊은 바다에서 은밀하게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사드의 요격시스템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더욱이 사드의 요격 거리는 150~200㎞여서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서 발사되는 SLBM을 요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의 이번 SLBM 발사는 미국 정부가 지난 6일(현지시간) 인권유린을 들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제재대상에 올리는 '초강수'를 둔 데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북한은 8일 외무성 성명에서 이를 '선전포고'로 규정하면서 "미국의 적대 행위를 단호히 분쇄해버리기 위한 초강경 대응 조치들을 취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다 북한이 중국·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주한미군 사드배치 결정으로 한반도 주변국들의 대북공조가 이완된 타이밍을 노렸을 가능성도 주목됩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발사를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보고 대응 조치를 논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가 사드배치 결정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터라 한미와의 공조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소식통은 "이번 발사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반응은 사드 발표 이후 안보리 조치의 첫 시험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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