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에 처한 인류의 사촌 '마운틴 고릴라'
↑ 마운틴 고릴라/사진=연합뉴스 |
고릴라는 인류와 사촌지간입니다.
고릴라는 인간과 유전자가 90% 이상 일치하는데, 이는 침팬지 다음으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진화론에서는 인류와 고릴라, 침팬지가 1천만 년 전 이전 공통된 조상을 갖고 있었으며 약 800만 년 전 고릴라가, 600만 년 전 침팬지가 각각 인류와 분화된 것으로 봅니다.
전 세계에서 오직 아프리카에만 서식하는 고릴라는 서부고릴라와 동부고릴라로 나뉘며, 아종(亞種)으로 서부로랜드고릴라, 크로스강고릴라, 동부로랜드고릴라, 마운틴고릴라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멸종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특히 마운틴 고릴라는 서식지 감소, 밀렵, 내전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 오직 880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고릴라는 대부분 로랜드고릴라입니다.
마운틴 고릴라를 보려면 우간다·르완다·콩고민주공화국(DRC)에 걸쳐있는 비룽가산맥이나 이곳에서 북쪽으로 25㎞가량 떨어진 우간다 루쿵기리 지역의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마운틴 고릴라 400마리가 서식하는 브윈디 국립공원을 방문해 그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 3시간 동안 풀숲 헤친 끝에 마주친 마운틴 고릴라
수백 종의 동식물이 어우러져 사는 산속에서 마운틴 고릴라를 찾는 여정은 고됐습니다. 경력 22년의 우간다 야생생물국(UWA) 소속 고릴라 가이드 스티븐 미지샤가 긴 칼로 무성한 풀과 나무를 베 길을 만들며 일행을 이끌었습니다.
기자를 포함한 한국인 2명과 미국인 4명, 총을 든 경비원 1명, 일행이 고용한 짐꾼 2명 등으로 구성된 그룹은 3시간 동안 산을 오르고 내렸습니다. 무성한 풀과 나뭇가지 가시에 온몸을 긁히는가 하면 이름 모를 곤충들이 쉴 새 없이 달려들었습니다. 한 미국인 여성은 발을 헛디뎌 세 바퀴를 굴러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마운틴 고릴라를 보러 온 것인지 스스로 마운틴 고릴라가 된 것인 지 헷갈릴 때쯤 이른 새벽 산에 먼저 올라 일행을 기다리던 고릴라 추적자 2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릴라 무리가 근처에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들과 함께 5m 정도를 더 이동하자 고릴라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주변 나무가 흔들거렸습니다. 미지샤가 나무를 베자 고릴라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고릴라는 큰 소리를 내며 네 발을 재빨리 움직여 일행 코앞까지 다가왔다. 너무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습니다.
미지샤는 "고릴라는 아주 온순한 동물로 사람을 헤치지 않으니 너무 놀라지 말라"며 일행을 안심시켰습니다.
이 수컷 고릴라는 첫 만남에 얼어버린 일행을 뒤로 한 채 풀숲 사이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일행은 뒤를 쫓아 산을 조금 더 내려가 그를 다시 마주했다. 이번에는 가만히 앉아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고릴라 무리의 식사시간이었습니다.
마운틴 고릴라는 하루 5∼6시간을 먹는 데 씁니다. 등에 난 은색 털 때문에 '실버백(Silver back)'이라 불리는 우두머리 수컷을 따라 10∼30마리씩 무리를 지어 생활합니다. 초식 동물로 나뭇잎이나 나무줄기, 과일을 주로 먹으며 가끔 단백질 섭취를 위해 흰개미 따위를 잡아먹습니다.
이 고릴라를 시작으로 주변에서 대여섯 마리의 고릴라를 더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긴장을 내려놓은 일행은 새끼 고릴라를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너는 어미 고릴라, 나무 위에서 장난을 치는 고릴라 등을 마주쳤습니다. 실버백은 나무줄기 속에 파묻혀 식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고릴라 보호를 위해 제한된 1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풀을 뜯어 먹던 한 수컷 고릴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먹으로 가슴을 마구 두들기며 트레킹의 끝을 알렸습니다.
◇ 매년 전 세계 4만여 명 방문…빌게이츠·내털리 포트먼도 보호 동참
마운틴 고릴라 트레킹은 우간다와 르완다, DRC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옵니다. 매년 우간다에 8천700여 명, 르완다에 2만9천여 명, DRC에 3천여 명이 방문합니다.
이날 브윈디 국립공원 고릴라 트레킹에 참여한 미국인 에마 맥웨이드는 "우간다로 여행을 온 김에 고릴라를 보러 왔다"며 "고릴라들이 내는 소리가 조금 무섭긴 했지만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서 정말 흥미진진했다"고 말했습니다.
관광객들은 고릴라 트레킹을 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서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허가증 가격은 외국인을 기준으로 우간다가 하루 600달러(약 69만원), 르완다 750달러(약 86만원), DRC 400달러(약 46만원)입니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매년 관광객은 늘고 있다. 르완다의 경우 이미 올해 9월까지 예약이 꽉 찼습니다. 각국 정부는 고릴라가 관광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매일 트레킹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을 하루 수십명 수준으로 제한합니다.
각국 정부는 고릴라 트레킹으로 벌어들인 수익 상당 부분을 고릴라 보호기관 운영, 연구 등에 쓰고 있습니다. 특히, 각 국립공원 소속 고릴라 경비대는 고릴라 밀렵꾼을 적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르완다 정부는 매해 새로 태어난 고릴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행사를 12년째 하고 있는데,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영화배우 내털리 포트먼 등이 동참해 각각 '귀염둥이(cute)' '놀이(to play)'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준 바 있습니다.
이 밖에도 국제고릴라보존프로그램(IGCP)이나 야생동물보존협회, 세계야생동물기금, NGO 고릴라 닥터스, 다이엔 포시 고릴라국제재단 등 다양한 기관이 세 정부와 협력하며 마운틴 고릴라 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덕분에 1902년 인간에게 처음 발견된 뒤 1950년대 후반 450마리에서 1980년대 초반 250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던 마운틴 고릴라 개체 수는 점차 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 500마리 선을 회복했으며 2011년 기준 880마리에 이르렀습니다.
브윈디
UWA 직원 메다드는 "그동안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새로 태어난 고릴라도 있는 만큼 현재 880마리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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