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승인 없는 '브렉시트'는 위헌…소송 준비하는 英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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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사진=연합뉴스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반대하는 기업들이 의회의 승인 없이 총리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소송에 나서기로 해 영국 내 법적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리스본 조약 50조는 EU를 떠나는 회원국이 EU 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그 시점으로부터 2년 내 회원국들과 탈퇴 협상을 벌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EU 잔류를 바라는 기업들은 이 조약 발동을 위해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소송을 통해 브렉시트에 제동을 걸기로 한 셈입니다.
◇ 브렉시트 소송 나선 기업들…"의회 승인이 먼저" =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의 최대 로펌 중의 하나인 미쉬콘드 레이아가 의회 승인 없이 정부가 임의로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로펌이 어떤 기업들의 의뢰를 받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망했습니다. BBC 뉴스도 기업들의 이런 조치가 영국의 유럽 잔류를 원하는 보수당 내 다수에게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영국의 데이비 캐머런 총리는 사임을 표명한 상태로 차기 총리에게 브렉시트 협상 책임을 떠넘긴 상태입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테리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은 영국 정부의 입장이 분명해진 뒤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브렉시트 협상 개시가 올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총리 후보인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부 차관,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은 9월 새 총리가 선출된 직후 공식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미쉬콘드 레야의 파트너 카스라 누루치는 "정부는 규정에 맞는 절차를 따라야 하고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영국 헌법과 의회의 자주권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영국 법에 따라 집행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민투표 결과 그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현직 또는 차기 총리가 의회의 동의 없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는 것은 위법"이라면서 "이는 모든 영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절하게 행해져야 한다. 리스본 조약 40조는 의회 내 전면 토론과 투표 없이는 발동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리스본 조약 50조 어떻길래…'헌법적 요건' 해석 엇갈려 = 이처럼 브렉시트 반대 기업들이 리스본 조약 40조를 들고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리스본 조약 50조에는 ▲ 모든 회원국은 자국 헌법적 요건에 따라 EU 탈퇴를 결정할 수 있다 ▲ 탈퇴 의사를 유럽위원회(EC)에 통보한 뒤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원국과 협상을 개시한다 ▲ 탈퇴 통보 시기를 기점으로 EU와 관계 전반에 대해 2년간 협상을 진행한다 ▲ 협상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하면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 EU에 재가입을 원한다면 49조에 언급된 절차에 따른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대목은 '자국의 헌법적 요건'이라는 문구입니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이 문구가 바로 영국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의 결정만으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EU 회원국들과 브렉시트 협상에 들어가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진영은 '헌법적 요건'은 바로 '의회 승인'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브렉시트 반대 소송에 나서면서 내세운 논리도 바로 이것입니다.
지난달 28일 영국 헌법학회 소속 법학자들도 영국 정부가 의회 동의 없이 국민투표 결과만으로 브렉시트를 실행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닉 바버 옥스퍼드대 헌법학 부교수·제프 킹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법학 부교수·톰 히크먼 UCL 공공법학 부교수는 EU 탈퇴를 위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려면 영국 하원이 새로운 관련 법을 제정해 탈퇴에 동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영국의 하원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부결하면 EU 탈퇴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클라이브 콜먼 BBC 법률 담당 기자는 EU 법률을 영국법으로 명문화한 유럽공동체법(ECA 1972년)을 폐지하지 않으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려는 어떤 총리도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미쉬콘드를 통한 기업들의 주장이 법원에
지난달 지난 23일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 투표율은 72.2%였습니다. EU 탈퇴와 잔류는 각각 51.9%, 48.1%씩 표를 얻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