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7일 미국 플로리다 윌리스턴의 US-27A 고속도로. 테슬라 모델S 운전자인 조슈아 브라운(40)은 자율주행모드(오토파일럿)를 켜고 느긋하게 주행을 즐기고 있었다. 브라운씨는 자율주행모드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은 ‘얼리어댑터’(신제품이나 신기술을 일찍 사용하는 사람)였다. 올해초 테슬라 자율주행모드가 차량 충돌을 어떻게 방지하는지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유투브에 띄울 정도로 자율주행차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주율주행모드로 움직이던 테슬라 모델 S가 T자형 교차로에 진입했다. 도로 양방향이 중앙분리대로 나뉘어진 고속도로 교차로였지만 신호등은 없었다. 맞은편에서 바퀴 18개가 달린 흰색 대형트레일러가 테슬라 앞에서 좌회전을 시도했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이 좌회전하면서 진행을 방해하면 당연히 멈춰서야 하지만 자율운행중이던 테슬라의 자동주행센서는 불운하게도 흰색 대형트레일러를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테슬라 모델S의 앞쪽 창문이 트레일러 바닥 부분과 부딪히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테슬라는 도로 난간에 두차례 충돌한 뒤 길가 전봇대에 부딪치고서야 겨우 멈춰섰고 사고충격으로 브라운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충돌사고 당시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역광 상태에서 테슬라 차량은 트레일러의 하얀색면을 하늘로 착각한채 차량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는게 테슬라측 설명이다. 사고 차량에서 브레이크를 작동한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 트럭 운전자인 프랭크 바레시 씨도 “테슬라가 무척 빠른 속도로 달려왔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고로 무인 자율주행차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무인 자율주행차 개발에 올인해 온 자동차메이커와 정보기술(IT)업체들은 자율주행기술이 궁극적으로 수많은 교통사고를 덜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통사고의 94%가 운전자 과실로 일어나는 만큼 자율주행차는 이런 실수를 크게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얘기다.
앨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교통 컨퍼런스에서 “전기차 자동주행모드가 교통사고 확률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끔찍한 사망사고를 일으키면서 적잖은 역풍에 휘말리게 됐다.
무인자동차 신중론자들은 철저한 사고경위 조사와 대책 마련 이후로 무인차 상용화를 미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 소비자권익단체 간부 존 심슨은 “충분한 안전과 보호장치 없이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이번 사고는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시 커밍스 듀크대 교수는 “테슬라의 이번 사고는 현재까지 확보된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율주행 기술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이 일부 업계의 로비때문에 과도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자율주행차 운행 허용과 관련한 최대 쟁점은 자율주행차의 운전자 탑승 의무화 여부다. 캘리포니아가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운행 규정 초안은 자율주행차에 운전대와 페달 설치를 의무화하고 면허가 있는 운전자가 탑승해 언제든 수동 운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구글은 이에 대해 “자율주행차에 운전자 탑승을 의무화해서는 안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가 사람의 이동뿐 아니라 물건 배달 등에도 사용될 수 있는 만큼 운전자 탑승을 의무화한다면 자율주행차의 이점이 반감된다고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시스템을 운전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커밍스 교수는 지난 3월 의회에서 “자율주행모드로 운전할 때는 탑승자 주의가 소홀해지기 마련”이라며 운전자 탑승을 전제로 한 자율주행차 운행 허용에 반대해 왔다. 사고시 법적인 책임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제공자, 차량의 소유주, 차량 운행 요청자, 자동차 생산업체 중에서 어떤 비중으로 물을 것인지도 난제로 남아있다. 커밍스 교수는 그럼에도 “한번의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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