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MD) 구축에 반대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2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SCO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23∼2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제16차 정상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SCO 창립 15주년 타슈켄트선언’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개별국가 혹은 국가그룹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무제한적으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지역 안전과 안정을 위협한다”며 “다른 나라의 안전을 훼손해 자신의 안전을 실현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선언문은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추구하는 MD전략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선언문에는 또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지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선언문은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과 기초 위에서 해양법 질서를 수호해야하고 모든 관련 갈등은 당사자 간의 회담과 협상을 통해서 해결해야한다”며 “이를 국제화하고 외부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이 필리핀, 베트남 등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당사국과의 협상을 강조하며 미국의 개입을 거부해온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특히 이번 선언문은 필리핀이 제기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관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국제 여론을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조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SCO에는 중국 러시아외에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 정부의 국책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네트워크 복원)의 연선국가로, 중국의 인프라투자에 기대를 걸고있다. 우즈벡은 지난주 시진핑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관계를 ‘전면적전략협력’ 관계로 격상시키는 등 친중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역시 중국과 역대 최고수준의 밀월관계를 구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타슈켄트 SCO 정상회의에 이어 25일에도 시진핑 주석과 만나 대미 공조를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25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무력사용 및 무력 위협에 반대하며 (다른 국가에 대한) 제재를 쉽게 수용하고 이를 통해 위협을 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관련 당사자들이 만족하지 않는 일방적인 정책과 일방적인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거듭해서 미국을 겨냥한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행보에 맞서 일본, 필리핀 등과 대중 포위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두 정상은 이날 ‘글로벌 전략 안정성’(global strategic stability)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시주석은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