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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연합뉴스> |
런던 워털루역에서 만난 찰스 월프릭(55)씨는 “40년간 동고동락하던 부인(EU)과 이혼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심정”이라며 “평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맞닥뜨렸지만 투표 직전인 지금도 결정을 못내린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콕스 하원의원 피격 사망후 브렉시트를 반대하고 EU잔류를 지지하는 세력이 현재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투표 막판까지도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들이 이날 투표날까지도 상당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브렉시트 반대여론이 지지여론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지만 투표 다음날인 24일 오후까지도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 정도의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의 미래는 물론 EU의 미래를 담보로 열리는 역사적인 국민투표에 모든 관심이 쏠리면서 영국은 물론 전세계가 숨을 죽이고 있다.
카나리 워프 주변 음식배달 업체들은 23일 열릴 국민투표를 앞두고 저녁 장사 특수를 준비중이었다. 국회의사당 인근 레스토랑인 쉐퍼즈(Shepherd‘s)는 23일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열겠다는 입간판을 내놨다. 영국이 EU에 잔류할 경우, 프랑스산 샴페인을 내고 EU에서 탈퇴하면 영국산 버블와인을 제공한다는 이벤트안내문도 써붙였다. 영국산 버블와인이 병당 5파운드 정도 비싸기 때문에 EU탈퇴가 그만큼 비용이 많이 나간다는 설명까지 곁들여 EU잔류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었다.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칼바니 브라운(34·트레이더) 씨는 국민투표 다음날인 24일 새벽 연장근무를 해야 한다는 회사 이메일을 받았다. 브렉시트 투표결과가 개표되기 시작하는 24일 새벽시간이 아시아 증시가 오후장 마감을 향해 달려갈 시간대여서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브라운씨는 “런던 금융가인 카나리워프에 위치한 대다수 금융기관들이 24~25일 비상근무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찬·반 양측은 투표직전까지 총력전을 펼쳤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집무실 앞 연설에서 “(브렉시트는) 영국과 영국 가정과, 영국 일자리를 위협하는 위험요소”라며 경제적 이익을 위해 브렉시트를 반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000명이 넘는 영국 기업인들도 공개서한을 통해 “브렉시트는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 유럽과의 거래 축소,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며 잔류를 지지했다.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기업인과 총리들도 “브렉시트땐 영국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며 EU탈퇴세력을 압박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까지도 “브렉시트가 상당한 경제적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커다란
EU 잔류와 탈퇴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호주 등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 유권자들의 표심이 판세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호주에 거주하는 영국 국적자 수만 120만명에 달해 이들의 투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런던 =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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