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상대방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필리핀에 항공모함 배치와 함께 전자전 공격기를 급파하며 중국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르비아 등 동유럽 국가를 순방하며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7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관한 국제중재 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간 대립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19일 미국 기관지 성조지에 따르면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태평양함대 산하 7함대는 지난 15일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에 전자전 공격기 4대와 120명의 지원병력으로 구성된 파견대를 전격 배치했다.
중국이 필리핀에서 불과 140마일(225km) 떨어진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에 인공섬을 만들자 미국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은 암초 상부에 3000t 가량의 토사를 부어 인공섬을 만들고, 레이더 기지, 군용 활주로를 세웠다. 또 중국 군사당국은 남중국해상의 국제수역 상공에 방공식별구역(ADIZ) 지정을 검토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필리핀 등 역내 관련국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을 의식한 미국은 필리핀이 국경 방어와 감시에 필요한 최소 억지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논의해왔다. 이와 관련해 태평양함대는 “‘존 C 스테니스’와 ‘로널드 레이건’ 등 2척의 항공모함이 지난 18일 필리핀 동쪽 해역에서 작전을 펼쳤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 작전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한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미국이 무력시위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미국의소리(VOA)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분쟁 판결을 다음달 7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이의 제기가 많아 중재 결정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필리핀은 지난 2013년 중국 선박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된 스카보러 암초에서 철수를 거부하자 중국을 PCA에 제소한 바 있다.
중국은 PCA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국제 여론을 자국에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17일부터 세르비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을 순방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다가오는 국제재판소의 남중국해 중재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중국이 공들여 쌓아온 ‘국제사회의 책임자’라는 이미지가 한순간에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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