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한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12일 새벽(현지시간) 인질극과 함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50명이 숨지고 53명 이상이 다쳤다. 희생자 규모가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32명 사망, 30명 부상)을 넘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총격사건 용의자로 확인된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이 범행 직전 911에 전화를 걸어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총격은 새벽 2시께 올랜도의 한 인기 게이 클럽 ‘펄스’에서 발생했다. 소총과 권총, 폭발물로 의심되는 ‘수상한 장치’로 무장한 괴한은 클럽 앞을 지키던 경찰관과 교전한 후 클럽 안으로 들어가 안에 있던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고 3시간가량 경찰과 대치했다. 목격자들은 당시 클럽 안이 주말 밤을 즐기던 300여명의 남녀로 가득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5시께 특수기동대(SWAT) 소속 경찰관 11명을 투입해 폭발물과 장갑차로 클럽 벽을 뚫고 클럽에 진입한 후 인질 30명가량을 구출했다. 용의자는 오전 6시께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인 오마르 마틴(29)으로 확인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민 온 부모 사이에서 1986년 뉴욕에서 출생한 용의자는 사건발생 장소에서 두 시간가량 떨어진 플로리다 주 포트 세인트 루시에서 거주해왔고 2009년 결혼했다. 특별한 전과기록이 없었으나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IS 동조자로 의심받아 수사선상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언론들은 용의자가 총격 직전 911에 전화해 IS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이날 국토안보부가 행정부에 회람한 보고서를 거론하며 “용의자가 IS에 충성서약을 했고 나이트클럽에서 다른 언어로 기도하는 것을 들었다는 지역 수사당국의 보고내용이 언급돼있다”고 밝혔다.
IS와 연계된 매체 아마크통신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올랜도 게이 나이트클럽 공격은 IS 전사가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외 별다른 설명은 없어 IS와의 직접적인 연계성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FBI와 플로리다 주 경찰은 일단 이번 사건을 국제적 조직의 개입 없이 용의자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총기난사를 가한 ‘국내 테러 행위’로 규정했으나 용의자가 평소 IS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였고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온 점을 주목해 IS와의 연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수사 중이다. FBI 관계자는 “우리는 용의자가 지하드(이슬람 성전) 사상에 경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모든 각도에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이자 증오 행위”라고 규정하고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슬픔과 분노, 우리 국민을 지키자는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대테러 담당 보좌관인 리사 모나코로부터 사건보고를 받았으며 연방정부가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예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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