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의 대형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중앙은행에 예금을 예치할 때 되레 이자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독일 최대 시중은행은 대형 금고를 만들어 막대한 현금을 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일본 은행들은 마이너스로 떨어진 자국 국채 입찰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시중유동성 공급을 위해 내놓은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 처방 효과가 경기부양은 커녕 예상치 못한 복병만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8일(현지시간) 독일 최대 은행 코메르츠방크는 기존에 유럽중앙은행(ECB)에 보관하던 초과지급준비금과 초과 예금 등을 초대형 금고를 만들어 스스로 보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보관하면 원래는 시중은행이 약간의 이자를 받는 게 일반 경제상식이지만 ECB는 지난 2014년 6월 이같은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린 후 최근 -0.4%까지 내렸다. 따라서 코메르츠방크와 같은 유럽 시중은행들이 초과예금을 ECB에 보관하게 되면 지금은 0.4% 이자를 ECB에 오히려 물어줘야 한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 따르면 독일 은행들이 지난해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치른 이같은 이자 비용이 2억4800만유로(약 3256억원)에 이른다. 가뜩이나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는 유럽은행들로선 중앙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가 ‘이중고’가 된 것이다.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州) 일부 저축은행들은 이미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또 독일 재보험회사 뮌헨리그룹의 니콜라우스 본 봄하드 최고경영자(CEO)는 실제 올해 최소 1000만유로(약131억원) 현금을 실제 금고에 보유해 실현 가능한 방안인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현금을 금고에 쌓아두려면 금고보관료와 보험료 등이 든다”며 “ECB가 500유로짜리 고액권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보관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시중은행들이 갖고 있어봐야 이자만 물어주는 국채에 대해서도 보이콧에 나섰다. 미쓰비시도쿄UFJ는 처음으로 국고채전문딜러(프라이머리딜러) 자격을 반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고채전문딜러들은 정부 국채 입찰 때 발행 예정금액의 4% 이상을 의무적으로 응찰해야 하고 낙찰 금액도 정해진 비율에 따라야 한다. 일본중앙은행(BOJ)의 양적완화(자산매입)와 마이너스 금리 등 극단적 통화정책으로 현재 일본 국채의 80% 가까이가 마이너스 금리다.
은행들이 국채
아댈베르트 뷘클러 프랑크푸르트 재무·경영대학원 교수는 “중앙은행들이 비상식적 수준의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면 할수록 시중은행들은 더욱 그 비용을 피하려 발버둥을 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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