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이민자 가정 출신의 사디크 칸이 런던시장으로 선출됐다. 기독교 문화권인 서방 국가 수도에서 최초로 무슬림 시장이 선출되면서 반(反)난민 세력에 경종을 울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런던시장 선거에서 야당인 노동당의 사디크 칸 후보(45)는 131만표를 받아 99만표에 그친 집권 보수당 잭 골드스미스 후보(41)를 제치고 런던시장으로 당선됐다.
이번 런던시장 선거는 40대 젊은피의 대결이자 살아온 이력이 정반대인 후보끼리 맞붙어 큰 관심을 모았다. 칸 후보는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 버스운전사를 아버지로 둔 런던 태생 무슬림이다. 지난 1970년 10월 런던 다민족 주거지역 투팅에서 파키스탄 이주민 부모 사이에서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방 3개인 공공건물에서 부모와 8남매가 함께 살았을 정도로 가정 환경은 열악했다. 아버지는 빨간 이층버스 기사, 어머니는 재봉사, 형은 자동차정비공으로 일했다. 칸 역시 학기 중에는 신문 배달, 방학 때는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칸의 학창시절 꿈은 치과의사였지만 한 교사가 그의 달변가 재능을 발견하고 법 공부을 권했고, 칸은 북런던대학교에 입학해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 인권전문변호사로 나선 그는 인권단체 리버티에서 3년간 일했다. 런던 구의원을 12년간 지낸 칸은 지난 2005년 하원선거에 도전, 당선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3년뒤 당시 노동당 내각을 이끈 고든 브라운 총리가 초선의 칸을 지역사회·지방자치부 차관으로 발탁했고, 이듬해 교통부 차관에 기용했다. 영국 내각에 진출한 첫번째 무슬림이었다. 2010년 총선 패배로 노동당 정권이 붕괴된후 칸은 재집권을 상정한 노동당 예비내각 교통장관, 재무장관, 법무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민과 난민에 극렬히 반대하는 포퓰리즘 세력이 유럽 전역에사 급부상하고 있지만 런던이 다문화 정체성을 갖춘 도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칸은 이날 런던 서더크 대성당에서 가진 취임 서약식에서 “모든 런던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으로서 모든 공동체와 시의 각 부분을 대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역경을 딛고 런던시장 자리에 오른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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