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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 참석한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또다시 일본정부를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루 장관은 ‘미 재무장관과의 대화’ 특별강연을 한뒤 행사장 1층 로비에 마련된 블룸버그TV 인터뷰석에 앉은뒤 마치 관련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일본의 환율시장 개입에 반대한다는 미국의 기본 입장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통화당국이 공격적인 통화정책에 의존하지 말고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루 장관은 “일본은 G7(주요 7개국)이자 G20(주요 20개국) 멤버로서 경쟁적인 환율 평가절하를 하지 않고 환율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했다”며 “모든 합의 당사자가 이를 계속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엔고 흐름을 인위적으로 꺾기 위해 일본은행(BOJ)이 개입하는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는 미국 입장을 재차 분명히 한 셈이다.
루장관의 엔화 환율 개입 반대 발언은 일본 정부와 BOJ가 미국의 개입 자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나온것으로 엔화환율을 놓고 일·미간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일본을 한국, 중국, 대만, 독일과 함께 환율조작 관련 ‘관찰대상국’으로 꼽고 환시장개입 자제를 요구한 바 있다. 루 장관은 지난달 11일에도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고와 CFR(미국 외교협회) 강연을 통해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 시도를 비판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환율조작을 막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잇딴 미정부의 환시장 개입 저지 노력에도 일본은 과도한 엔고 방지를 위한 노골적인 구두개입을 지속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머물고 있는 아소 다로 경제부총리 겸 재무상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투기적인 움직임이 계속되는 외환시장 동향을 더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한 시점에 확실하게 대응하겠다”며 시장 개입에 나설 것임을 명확히 했다. 아소 부총리는 “현재 외환시장에는 일방적이고 편향된 투기적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투기세력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ADB연차총회에 참석중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엔고 추세를 막기위해 정부와 공조를 강화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급격한 엔고가) 경제, 더 나아가 물가 동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충분히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주저없이 양·질·금리 등 3차원으로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강구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현재와 같은 엔고는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다. G7정상회의 사전 조율을 위해 유럽을 방문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시장개입을 측면 지원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3일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급격한 환율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히며, 프랑스가 일본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한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처럼 미정부 고위관리들이 잇따라 엔고 저지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달러당 엔화값이 장중 1년 6개월래 최고치인 105엔대를 찍는 급등세를 지속, 일본 수출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BOJ가 엔고 저지를 위해 총력전을 펴면서 전날 105엔대까지 급등했던 엔고 추세가 일시적으로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 홍콩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07엔대 초반까지 약세를 보이며 가파른 엔고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상대적으로 약세를 거듭하고 있는 미국 달러값은 3일(현지시간) 15개월래 최저수준에 달했다. 주요 통화를 대상으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가 이날 0.8% 하락하면서 한때 92선을 밑돌았다가 92.83에 마감했다. 92선을 일시적으로 밑돈건 작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달러인덱스가 7일 연속 하락한 것은 1년여 만에 처음이다.
달러인덱스는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9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첫 인상한 데 힘입어 100선을 돌파한 바 있다.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달러 강세추세가 지난 2월을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올 들어 세계 32개 통화 중 달러화에 약세를
[로스앤젤레스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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