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학점 인플레 심각…5명 중 4명이 우수생
↑ 사진=연합뉴스 |
미국 대학에서 가장 흔한 학점이 A일 정도로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16일 미국의 대학교육 연구소인 '그레이드인플레이션닷컴'(GradeInflation.com)이 미국 전역의 400여개 공립·사립 대학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과목에서 학부생들에게 부여된 A학점은 2013년 기준 무려 45.3%에 이르렀습니다.
그다음으로 B학점이 33.6%로 많았고 C학점이 14.1%, D학점이 3.7%, F학점이 3.5%로 뒤를 이었습니다.
A학점의 비율은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15% 정도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되다가 그 뒤에 10년마다 5∼6%포인트 증가해 현재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같은 기간 B학점의 비율은 30% 초반을 꾸준히 유지했고 C학점이 35% 정도에서 10% 초반으로 줄었으며 D, F학점은 5% 미만으로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사립대만 따질 때 A학점이 부여되는 사례는 50%에 육박해 인플레가 더 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교육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엄격하게 유지되던 우등, 열등생의 기준이 무너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A학점은 최우수, B학점은 우수, C학점은 평균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최우수가 가장 많고 우수까지 더하면 거의 모두가 될 정인 지경에 다다른겁니다.
이에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학생들이 얼마나 배웠는지 측정하는 것, 대학원이나 기업이 슈퍼스타와 낙오자를 구분하기가 무척 어려워졌다"고 보도했습니다.
A학점의 남발 추세는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대를 포함한 미국 전역의 4년제 대학의 이문, 사회과학, 이공계를 막론하고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스튜어트 로시 전 듀크대 교수는 대학이 학생을 소비자, 고객으로 떠받드는 세태가 학점 인플레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로시 교수는 "대학 지도부가 학생을 고객으로 여기는 까닭에 이런 재앙 같은 변화가 닥쳤다"며 "교육을 우선시하는 줏대 있는 지도자가 절실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학점 인플레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학점부여 실태를 각 대학이 세세하게 신고하도록 하는 게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로시 교수는 "가장 좋은 소독약은 햇볕"이라며 "현재 대다수 대학이 부끄러워서 실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칼럼니스트 캐서린 램펠도 WP를 통해 '고등교육의 상업화'를 학점 인플레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램펠은 "등록금이 비싸지면서 학생들이 더 나은 시설처럼 더 높은 학점도 대가로 요구한다"며 "최소한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 때 도움은 받아야 한다며 좋은 성적표를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졸업생들이 구직시장에서 힘을 내도록 하려고 대학들이 군비확장 경쟁을 하듯이 서로 곁눈질하며 A학점을 남발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프린스턴대학은 학점 인플레를 막으려고 과목당 A학점의 비율을 35%로 제한하는 규정을 작년에 10월에 폐지했습니다.
이에 프린스턴 재학생들은 경쟁 대학과 비교할 때 자신들이 취업, 진학에 불이익을 당한다고 반발했고 이들은 프린스턴대의 평점을 하버드대의 평점으로 환산해 상향조정하는 전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학의 학점 인플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교육철학의 변화와 베트남전을 원인으로 학점 인플레가 한 차례 발생했었습니다.
당시 교수들이 성적을 인색하게 매기면 오히려 학업 동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남자 대학생들이 열등생으로서 징병 대상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점수를 후하게 줬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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