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개발 회사 미국 맥더멋(McDermott)과 노르웨이 서비스시7(Subsea7)은 각각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싱가포르에 있던 아시아 지역본부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부동산값과 세금이 치솟아 비용 부담이 커지자 인프라도 잘 갖춰져있으면서 비용 절감도 가능한 말레이시아 입지 매력이 확 높아졌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84달러로, 싱가포르(5만6287달러), 브루나이(4만1424달러)에 이어 아세안에서 3위 수준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와 브루나이의 인구가 각각 546만명, 41만명에 불과한 ‘작은 경제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 3026만명의 말레이시아는 경제 규모도 어느정도 되면서 역내에서 인프라가 가장 잘 정비된 국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4년 물류활동지수(LPI)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25위를 기록, 태국(35위)·베트남(48위)·인도네시아(53위) 등을 여유있게 제쳤다. 말레이시아 인터넷 보급률은 70%에 달하고 경제활동인구 절반 가량이 온라인뱅킹을 활용하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처럼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어 언어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말레이시아 은행인 메이뱅크, CIMB 등이 아세안 전역에 진출해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단일시장 구축을 목표로 한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지난해말 출범한 이후 이같은 말레이시아의 강점이 중점 부각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같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정보기술(IT), 항공, 자동차, 헬스케어 등 12개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202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1만5000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관련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전자상거래 시장이다. 긍정적인 점은 한국기업들이 말레이시아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GS홈쇼핑이 말레이시아 위성방송업체 아스트로와 함께 설립한 홈쇼핑 채널 ‘GOSHOP’은 개국 첫해인 지난해에 5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GS홈쇼핑이 진출한 아세안 4개 국가(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 가장 뛰어난 첫해 실적이다.
송상열 GOSHOP 법인장은 “GS홈쇼핑은 해외확장사업 초창기부터 말레이시아 진출을 추진해왔다”며 “말레이시아 국민소득·물류· 인프라 등이 아세안 최고 수준이고, 협력업체 방송기술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말레이시아에서 온라인쇼핑 11번가를 출범시킨 SK플래닛도 선전하고 있다. 김호섭 말레이시아 11번가 대표는 “여타 아세안 국가의 온라인뱅킹 이용률이 10~20%(싱가포르 제외)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말레이시아는 독보적인 온라인쇼핑 인프라를 갖춘 셈”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말레이시아에 안착하면서 다른 한국 기업에게도 시장 기회 진출가 열리고 있다. 송 대표는 “GOSHOP 전체 매출의 60% 가량이 한국제품”이라며 “홈쇼핑이 한국제품 판로를 여는 한편 한국제품덕에 홈쇼핑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11번가 역시 아직 말레이시아 판매자들이 온라인쇼핑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탓에 전체 품목의 절반 가량을 한국제품이
[쿠알라룸푸르 =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