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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탐사보도에 따르면 힐러리의 대선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개인 이메일 계정 사용 논란은 지난 2009년 1월 국무장관 취임 첫날부터 시작됐다. 힐러리는 “자신의 개인 블랙베리를 통해 모든 이메일을 조회하겠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국무부 업무는 물론 측근들과의 소통, 가족과의 대화 등 모든 이메일을 자신의 블랙베리 하나로 관리하겠다는게 힐러리의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WP는 힐러리와 그 측근들을 ‘블랙베리 중독자’라고 지적했다.
힐러리의 블랙베리에 대한 집착은 실세 장관의 ‘갑질’로 이어졌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자 연방 상원의원 출신으로 오바마 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힐러리는 보안 담당자들의 조언을 수용하려 하지 않았다. 힐러리는 보안공간으로 지정된 국무부 7층 장관 집무실 ‘마호가니 로우’에 들어갈 때도 블랙베리를 소지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마호가니 로우에 들어갈 때는 외국 정보기관의 해킹 또는 도청 위험 때문에 규정상 개인 통신기기를 별도의 보안 금고에 보관해야 하지만 힐러리는 이를 거부했다. 힐러리와 측근들은 블랙베리를 보안 공간에 마음대로 반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국가안보국(NSA)이 힐러리가 취임한 지 한 달이 채 안된 2009년 2월 17일, 직원 5명을 보내 셰릴 밀스 당시 힐러리 비서실장에게 블랙베리 사용 위험성을 설명하기까지했다. 같은해 3월 6일에는 국무부에서 안보를 책임지고 있던 에릭 보스웰 당시 차관보가 블랙베리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내용의 국무부 보안 담당자들의 보고서를 힐러리에게 전달했다.
결국 힐러리가 블랙베리를 집무실에 반입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다른 장소에서는 여전히 개인 블랙베리를 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집했다. NSA가 보안장치가 갖춰진 휴대전화 사용을 권유했지만 힐러리는 ‘현재 기술이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 ‘국무부에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 ‘너무 비싸다’ 등의 핑계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WP는 힐러리가 블랙베리 보안에 대한 당국의 거듭된 경고를 지속적으로 무시했고 측근들조차 힐러리를 말리기는 커녕 오히려 힐러리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했던 것이 현재 진행 중인 이메일 논란의 ‘뿌리’라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것은 힐러리의 블랙베리가 자택 지하에 설치된 개인 이메일 서버에 연동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같은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던 국무부 보안 당국은 초기에 이 서버를 해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해당 서버는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클린턴 재단 업무를 보기 위해 설치했던 것인데 힐러리가 국무장관에 지명되자 이 서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힐러리 개인 이메일 주소를 등록했다.
국무장관 재직 시절 힐러리의 블랙베리에 대한 집착과 갑질 정황, 그리고 개인 이메일 서버에 연동시켜 해킹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힐러리 진영에서는 대선가도에 입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로서 보안에 대한 안이한 태도, 담당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규정을 뛰어넘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갑질’ 논란 등이 힐러리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현재 147명의 FBI 요원들이 힐러리 전국무장관 이메일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메일 서버와 관련된 힐러리 측근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시작된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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