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팔미라 유적 대체로 온전"…일각선 '대부분 소실' 우려(종합)
↑ 시리아 팔미라 유적/사진=연합뉴스 |
값을 매기기 어려운 수많은 고대 문화유산이 산재해 '사막의 진주'라 불리는 시리아 팔미라가 10개월 만에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무자비한 손아귀에서 벗어났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 공군의 지원을 받아 작년 5월부터 IS가 장악해온 중부 고대 유적 도시 팔미라를 완전히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타전되자 세계인의 관심은 IS 치하에서 수난을 당한 팔미라 유적의 복원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시리아 정부는 팔미라 유적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건재해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마문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27일(이하 현지시간) "일부 유적지는 훼손됐으나 도시가 전면적으로 파괴되지 않았다"며 "대체적인 도시 전경(panoramic view)은 그대로"라고 강조했습니다.
압둘카림 청장은 "이번 탈환 작전은 팔미라를 파괴로부터 구해냈고, (복원의) 희망을 줬다"며 손상된 팔미라 유적지의 복원 가능성을 조심스레 낙관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의 말처럼 로마 시대 극장과 그리스 유적인 아고라 등 주요 건축물은 파괴를 모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압둘카림 청장은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며칠 안에 유적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팔미라로 파견할 것"이라며 IS가 파괴한 대표적인 팔미라 유적인 신전과 개선문 등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이 무슨 짓을 하든 그들은 우리의 역사를 지울 수는 없다"며 "가만히 앉아 폐허 앞에서 울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IS는 작년 5월 팔미라를 점령한 이후 우상 숭배라는 이유를 들어 팔미라의 대표 유적인 바알 샤민 신전과 벨 신전을 비롯해 고대 묘지와 조각상 등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을 잇따라 파괴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종교와 무관한 팔미라 유적지의 '관문' 격인 2세기 개선문까지 부비트랩으로 폭파해 전 세계의 공분을 샀습니다.
압둘카림 청장은 크게 훼손된 바알 신전의 경우에도 일부 석조는 손상되지 않았다면서 "전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원래 모습으로 복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훼손된 것으로 알려진 중세 요새의 성벽에 대해서도 "손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습니다.
그는 유네스코를 비롯한 팔미라 복원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제기관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짓밟힌 유적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에 곧 착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학계 일각에서는 이런 낙관적인 전망과 대조되는 비관적인 견해도 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고고학자인 모리스 사르트르는 "팔미라에서 IS를 몰아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팔미라 유적 대부분은 이미 소실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IS에 의한 파괴에는 두 종류가 있다"며 "하나는 벨 신전과 바알 신전, 개선문과 같이 유명하고, 눈에 잘 띄는 유적지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하 무덤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파괴와 약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이 전자의 파괴와 복원에만 관심을 둔 채 후자는 눈에 잘 안 띈다는 이유로 간과한다며 "팔미라의 유적 가운데 현재까지 발굴된 것은 15∼20%에 불과하며, 유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눈에 잘 안 보이는 부분은 IS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의해 전면적 약탈을 겪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개선문의 경우에는 팔미라 탈환 후 방영된 화면에 조각들이 현장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완전한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야자수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팔미라는 오아시스 도시라는 입지를 이용해 동서양을
고대 그리스와 로마, 페르시아, 비잔틴 등 다양한 동서양 문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중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적지 중 하나로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매년 15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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