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통화가치 떨어뜨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헝가리가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대만과 터키도 금리인하 대열에 뛰어들었다. 중국발 원자재 수요 침체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각국 성장엔진이 식어가면서 저마다 통화 약세 유도·수출가격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카드로 각자도생에 나선 셈이다. 이같은 금리인하 행렬은 다른 나라들의 통화완화정책을 자극, 글로벌 통화전쟁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대만은 24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125%포인트 내린 1.5%로 조정했다. 이는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대만은 중국 경기 위축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아 3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펑화이난 대만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는 실질 수요를 끌어올리고 재정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작년 9월과 12월에 이어 이달까지 3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노무라증권은 연내에 대만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터키중앙은행도 콜금리를 10.75%에서 10.5%로 낮췄다. 인하 전 블룸버그가 실시한 조사에서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이코노미스트는 19명 중 3명에 불과했지만 터키중앙은행은 13개월 만에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섰다. 이브라힘 악소이 HSBC에셋매니지먼트 투자전략가는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타이트하게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결정은 통화정책 완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헝가리는 지난 22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예치금리를 도입했다. 헝가리 중앙은행은 하루짜리 예치금리를 0.10%에서 -0.05%로 낮췄고 기준금리는 1.35%에서 1.20%로 내렸다. 시장의 금리 동결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헝가리는 물가상승률 3% 달성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추가 인하 가능성도 남아있다. 니콜라이 알렉산드루 치데슉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는 금리인하 사이클의 첫 시작”이라며 “앞으로 4~5개월간 금리인하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로코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모로코중앙은행은 2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2.25%로 내렸다.
지난해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침체에 빠진 캐나다도 조만간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최근 긴축재정으로 통화정책 완화 여력이 생긴 인도도 금리인하 후보군에 들어가 있다.
문제는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잇따라 금리를 끌어내려도 경제 성장세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최근 일본의 사례처럼 자국 화폐 가치가 급등하고 시장은 되레 위축되는 역풍을 맞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쟁적인 금리인하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뿐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추면서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 효과를 제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강다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