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필리핀에 병력을 재배치키로 한 것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군이 병력 재배치를 결정한 필리핀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핵심 국가다. 따라서 미국이 필리핀에 병력을 배치하게 되면 중국을 견제하고 감시하는데 종전보다 훨씬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된다.
특히 이번에 미군을 파견키로 한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기지는 중국이 군사장비를 대거 설치한 파라셀군도와 인접한 팔라완 섬에 위치해 있다.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기지에 미군이 배치되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고 유사시에 남중국해 전역으로 즉시 출격할 수도 있다.
필리핀내 미군 배치는 초고속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9일 미국과 필리핀이 5개 군사기지 사용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곧바로 병력배치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애초부터 미군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 상반기에 미군 배치가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 에이미 시라이트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내달 필리핀을 방문해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필리핀은 다음달 4일부터 12일간 필리핀 수비크만, 팔라완, 삼발레스 등지에서 정례 ‘발리카탄(어깨를 나란히)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
필리핀으로서는 자국 영유권 수호를 위해 미군을 지렛대로 사용한 측면이 크다. 20여년 전 미군 주둔에 반대했던 필리핀이 미군 재파견을 요청한 것은 확대된 중국의 안보위협에 대항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이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를 매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또 미군 주둔을 통해 인근 남중국해 분쟁당사국들과의 공조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점도 감안했다. 필리핀 호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남중국해 공동순찰을 통해 중국의 남중국해 점거 노력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그동안 호주는 미국을 대신해 남중국해 분쟁당사자들을 한데 묶는 노력을 해왔다.
미군이 남중국해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필리핀에 병력을 주둔함으로써 중국의 파워에 밀렸던 다른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들도 중국을 의식하지 않고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동남아 진출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필리핀은 특히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필리핀 미군 주둔과 맞물리는 시점에 협상을 알린 점을 미뤄볼때 양측은 안보와 경제를 서로 주고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군 병력의 필리핀 재배치는 남중국해에서 벌이고 있는 미·중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 중국은 당장 미국이 군사적 긴장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으며 중국 내 일각에서는 ‘핵무기 역량 강화’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미군 일부 인사들이 끊임없이 긴장을 과장하고 심지어는 긴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면서 “정작 미국이 남중국해에 공격형 첨단무기를 배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일부 지역에 군사시설을 설치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은 영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근거로 군함을 이동시키는 등 첨예한 갈등이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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