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발(發) 국론분열이 미국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곳곳에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고 공화당은 자당 후보인 트럼프 후보 지명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선거유세가 열린 애리조나 피닉스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유세장 진입로를 차단하고 캠프 관계자들의 입장을 막으며 유세를 방해했다. 이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반발하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대는 “증오를 중단하라” “트럼프는 증오다” 등의 구호를 외치거나 피켓과 깃발을 흔들었고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연호하며 맞대응했다.
트럼프 고향인 뉴욕 맨해튼에서도 이날 수천명이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와 가두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맨해튼 중심인 센트럴파크에서 트럼프가 거주하는 5번가 트럼프타워까지 행진하며 “트럼프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트럼프를 박살내자” “트럼프 1명과 난민 2만5000명을 바꿀 수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등장했고 일부는 시위를 저지하는 경찰을 향해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가 유세 과정에서 멕시코 이민자를 범죄자 취급하고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며 인종차별적이고 증오심을 부추기는 선거운동을 펼친데 대한 반발이다.
트럼프의 아들 에릭 트럼프와 누나인 매리엔 트럼프 배리 앞으로도 “트럼프가 대권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편지가 배달돼 경찰조사가 시작됐다. 뉴욕 자택으로 배달된 편지는 매사추세츠 소인이 직혔는데 협박편지와 함께 백색 가루가 담겨 있었다. 연방 제3항소법원 판사인 매리엔 트럼프 배리 자택인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로 배달된 편지에는 협박 문구만 들어있었다.
이처럼 트럼프때문에 국론이 분열되고 반(反)트럼프 시위까지 대거 확산되자 공화당 주류도 트럼프 대선 후보 지명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트럼프의 정치적 성향과 정책이 공화당 당론에 배치되는데다 여론의 반감때문에 트럼파가 공화당 후보로 나서봤자 본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화당 주류는 일단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인단 역할을 하는 대의원 숫자를 과반 이상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올인한 상태다. 트럼프가 과반 대의원 확보에 실패하면 공화당 주류 입맛에 따라 대선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중재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남은 경선기간중 반(反) 트럼프 광고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한편 테드 크루즈와 존 케이식 후보 단일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관련해 대의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4월 19일 뉴욕 경선과 6월7일 캘리포니아 경선에서 트럼프를 무너뜨리는데 모든 것을 건 상태다. 지난 대선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는 크루즈에게 표를 몰아줄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공화당 수퍼팩(Super PAC·정치활동위원회)인 ‘성장클럽’도 트럼프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가 크루즈라는 점을 광고하는 데 2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할 예정이다.
이같은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 트럼프가 과반 대의원을 확보, 중재전당대회 개최가 불가능해질 경우에 대비해 공화당 주류는 최후의 수단으로 제3의 후보를 무소속으로 내세우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제 3의 후보로 폴 라이언 하원의장, 톰 코번 전 오클라호마 상원의원,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무소속 후보 자격을 얻으려면 현재 선거 규정상 3월부터 전국 50개주에서 90만명의 지지서명을 받아야하지만 공화당내에서는 트럼프 후보 지명 저지를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자신이 추진해 온 정치적 업적들이 폐기될 것을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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