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메릭 갈랜드(63)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장을 연방대법관에 지명하자 대법관 인준문제가 미국 정치판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현재 진보와 보수 성향 대법관이 각 4명씩 균형을 이루고 있는 대법원 구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한 공화당은 즉각 인준 거부에 나섰고, 민주당은 적법절차를 진행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대선 경선 주자들까지 논란에 가세하면서 인준 지연에 따른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갈랜드 법원장을 후임 대법관으로 발표한 후 상원에 인준 절차를 요구하자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맥코넬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관 인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거에 이용하려고 이 문제를 정쟁화하고 있다”며 “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상원이 새 대법관 지명자에 대해 인준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반발은 보수였던 전임 스캘리아 대법관을 대신해 중도 성향의 갈랜드가 들어오면 보수 우위였던 대법원 인적 구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NYT)는 “갈랜드 지명자가 대체로 중립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법관 진용이 50여년 만에 가장 진보적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대법원에는 오바마케어 등 굵직굵직한 정치이념적 판결들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게 공화당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측은 오바마 대통령 편에 나란히 섰다. 클린턴 민주당 경선 후보는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와 표결이 단 한번도 125일 이상을 넘긴 사례가 없고 대부분 2개월내에 이뤄졌다”며 공화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맞붙은 샌더스 상원의원도 “청문회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공화당을 공격했다.
트럼프처럼 공화당 지도부와 충돌을 일삼는 경선주자들도 이 문제 만큼은 똘똘 뭉치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된 다음 임명하는 게 자신들에게 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차기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지명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상원이 인준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테드 크루즈 후보도 “갈랜드 지명자는 (원칙이 아니라) 기존 워싱턴 정가의 (잘못된) 협상을 통해 나올 수 있는 그런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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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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