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대만이 합작해 중국 본토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 각자의 비교우위 분야를 결합,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일본, 대만이 힘을 합쳐 설립하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가 한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도전장이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14일 중국 써우후(搜狐)망에 따르면 사카모토 유키오 전 일본 엘피다 사장이 설립한 반도체 설계업체 ‘시노 킹 테크놀로지’(Sino King Technology·시노)는 중국 허페이 시정부와 반도체 공장 설립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시노는 앞으로 8000억엔(8조3000억원)을 투입,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에 들어간다. 반도체 공장 건설과 함께 전력소모가 적은 차세대 D램(RAM) 연구 설계에도 나선다. 이를 통해 201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D램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일본이 칩 설계, 대만이 양산기술과 공장운영을 맡게되고 허페이 시정부는 자금과 생산 실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노에서 일하는 반도체 기술 인력은 10명에 불과하지만 내년까지 대만, 일본, 중국 출신 핵심 인력 1000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했다. 반도체 국산화에 올인한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중국 중앙정부는 1200억위안 규모의 반도체산업 진흥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중국 써우후망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과점 체제이기 때문에 단순 후발주자로 합류할 경우 승산이 없을 것”이라며 “시노가 사물인터넷(IoT) 가전에 필수적으로 들어갈 차세대 저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키오 전 사장은 일본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이던 엘피다를 이끌다 2000년대 반도체 치킨게임(설비 증설경쟁)에서 삼성전자 등에게 패배했다. 지난 2012년 엘피다는 마이크론에 인수됐고 이후 절치부심 재기를 모색해왔다.
‘반도체 굴기’를 모도하고 있는 중국은 칭화유니그룹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올해 칭화유니그룹은 최대 36조원을 쏟아부어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 지주사인 칭화홀딩스 쉬징훙 회장은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위해 파트너들과 함께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며 “펀드 규모는 1000억위안에서 최대 2000억위안(36조원)”이라고 밝혔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12월 135억위안(2조4500억원)을 들여 대만 SPIL과 칩모스 지분을 각각 25% 확보했다. 작년 11월에도 세계 최대 반도체 칩 패키징 업체 대만 파워텍 지분 25%를 6억달러에 인수했다. 패키징과 테스트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이들 3개사는 칭화유니의 메모리반도체 후공정 분야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반도체 기업 샌디스크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중국 정부로부터 ‘실탄’을 지원받는 상황이어서 올해도 공격적인 인수 행보는 이어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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