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100만명이 넘는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갈때 이용했던 대표 경로인 ‘발칸 루트’가 완전히 닫히면서 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발칸 루트’는 터키에서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을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로 옮겨주는 핵심 통로다. 이 경로는 그리스 바로 위에 있는 마케도니아에서 시작해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를 거쳐 독일과 맞닿은 오스트리아로 이어진다. 하지만 발칸 루트를 구성하는 4개 국가가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모두 국경을 틀어막으면서 난민 통로가 완전히 끊겼다. 발칸 루트는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였던 만큼 난민들의 낙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스에 머물며 유럽행을 고대하던 난민들은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그리스 전역에 모인 난민은 3만6500여명에 달한다. 터키에서 온 배를 타고 그리스 땅을 밟은 시리아 난민 마흐무드 하산은 “가족과 함께 잘 살아보기 위해 유럽에 가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이번 봉쇄의 포문을 연 것은 발칸 루트 최북단에 위치한 슬로베니아다. 베스나 즈니다르 슬로베니아 내무장관은 “9일 자정부터 취해진 조치로 이젠 발칸 루트를 통한 난민 이동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로부터 봉쇄가 시작되자 자국에 난민들이 머물게 될 것을 우려한 발칸 반도 중부의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가 차례로 난민 입국 금지를 선포했다.
발칸반도 국가들이 이번에 일제히 봉쇄에 나선 것은 유럽연합(EU)과 터키가 지난 7일 난민 대책 특별정상회의 합의가 시발점이 됐다. 이 회의에서 EU 28개국 및 터키 정상은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 중 불법 이주민을 골라내 터키로 되돌려보내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터키로 송환을 원치 않는 이주민들의 북상을 우려해 발칸 루트 폐쇄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최종 합의문에는 “발칸 루트를 통한 비정상적 이주민의 유입을 끝낸다”는 문구도 노골적으로 담겼다.
유럽 국가들은 발칸 루트 봉쇄로 난민 유입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관계자는 “발칸 루트 대신
한편 난민들과 국제인권단체는 이번 조치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피터 보케르트 국제인권감시기구 비상사태담당관은 9일 “1만3000명 넘는 난민이 이도메니 한 곳에 몰려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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