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가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문제는 실물경제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 경제는 지난해 4분기 0.3%(전기 대비) 저성장을 지속되고 있고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여전히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등 경제침체 국면에 빠져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퍼붓는 양적완화(QE)나 금리를 하한선인 제로(0) 이하로 떨어뜨리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약발’은 떨어지는 반면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ECB가 QE에 나선 지 1년이 넘었지만 당초 목표했던 물가 2%인상 달성은 커녕 디플레이션에 망령이 여전히 유로존을 휘감은 상태다. 돈을 뿌리면 소비가 늘어나는 일반적 경제상식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팩트셋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존의 50개 간판급 기업을 편입한 유로 스톡스 50 지수가 ECB의 양적완화 시행 이후로 16%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유로존 주요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국 FTSE100 지수가 50%를 웃도는 상승률을 올리고 미국 S&P500 지수가 10% 가량 오른 것과 비교된다.
아무리 돈을 뿌려대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눈덩이 부채에 허덕이고 가계도 빚에 쪼들리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ECB의 통화완화조치만으로는 유로존 경기를 확 살려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살만 아흐메드 롬바르드 오디에 전략가는 “중앙은행들과 각국 정부 협력이 중요하다”며“ 스페인이나 아일랜드처럼 정치가 불안정한 나라들이 ECB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ECB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엔화약세와 소비 촉진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한 일본에선 되레 현금을 집에 쌓아두는 ‘장롱 예금’이 늘어나고 있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월 일본 현금 유통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어나 13년래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금리 시행이후 가계가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예금을 찾아 집안 장롱에 넣어두고 있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후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이 ‘짐’을 전가할 수 없어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10일 전했다. 마이너스 금리로 예대마진이 줄어든 은행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더 위험한 대출을 감행할 것이고, 이때문에 부실이 커지면 유로존 경제 전반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스트리아 에르스테은행의 안드레아스 트라이츨 최고경영자(CEO)
[이지용 기자 / 강다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