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장롱예금’이 급증하고 있다.
몇 푼 안되는 이자를 받으려 은행에 돈을 맡기느니 집안 장롱에 보관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10일 일본은행에 따르면 2월 현금유통량이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3년 이후 13년만에 최고 증가율이다. 현금유통량이 늘었다는 것은 은행 예금을 현금으로 뽑아간 예금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가게에서 많이 사용되는 현찰 5000엔권과 1000엔권은 2% 늘어난 반면 고액권인 1만엔은 무려 7%나 증가했다. 돈을 쓰려고 뽑은 게 아니라 은행 돈을 장롱으로 옮겨놨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금고’ 판매가 늘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만엔 전후의 내구성이 뛰어난 금고가 인기”라며 “금고가 전년 대비 2배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정용 뿐 아니라 기업 업무용 금고 판매도 증가세다.
장롱 예금 증가는 마이너스 금리 이후 은행이자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탓이다. 주요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연 0.001%로 100만엔을 맡기면 1년 후 이자가 10엔에 불과하다. 껌값도 안된다. 시중은행들의 엄청난 ATM(현금자동인출기) 수수료를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나 다름없다.
여기에 마이넘버(한국의 주민등록번호) 시행으로 금융자산이 전부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예금 인출은 더욱 가파르게 진행중이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폭을 현재 -0.1%에서 확대할 경우 현금 인출 사태는 더욱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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