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유엔 대사 "北, 어떻게 굶주리는 국민 두고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지"
↑ 오준 유엔 대사/ 사진=연합뉴스 |
초강력 대북 제재가 결의된 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는 이번 제재를 주도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이에 제동을 걸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또 한 번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마치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제재 결의까지 전개됐던 지난 56일 동안의 '물밑 외교전'이 표면화된 듯했습니다.
15개 이사국이 모여앉은 회의장에서 미국, 한국,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대비시키면서 엄격한 대북 제재를 호소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가 6자회담의 재개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면서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습니다.
안보리 제재 결의안 2270호가 상정된 안보리의 7천638번째 회의는 예정 시각 10여 분을 넘긴 오전 10시 10분 시작됐습니다.
공개된 회의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됐습니다.
안보리 3월 의장인 앙골라의 아스마엘 가스파르 마틴스 유엔 주재 대사의 제안설명에 이어 곧바로 표결이 시작됐습니다.
15개 이사국 대표들이 전원 찬성을 표하자 마틴스 의장은 만장일치로 제재안이 결의됐다고 선포했습니다.
지난주 결의 초안의 채택에 선뜻 응하지 않아 기권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던 러시아도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안보리 이사국들의 발언에서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온도차'가 여전했습니다.
첫 발언에 나선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실제로 북한의 모든 자원은 무모하고도 집요한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면서 이번 제재는 북한 주민이 아닌 지도층을 조준한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을 '회피의 달인(master of evasion)'이라고 묘사한 파워 대사는 "북한은 구멍만 발견하면 트럭을 몰려고 할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빠져나가기'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결의가 과거보다 훨씬 강력하고, 지난 20년 간의 제재 수준을 뛰어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연간 석탄 수출액을 10억 달러, 철광 수출액을 2억 달러로 추산하면서 "주민의 기본적인 삶보다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우선 순위를 두는 북한의 현실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어떻게 북한 정권이 굶주리는 국민을 두고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고통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요시카와 모토히데(吉川元偉) 유엔 주재 일본대사는 "북한은 이 메시지가 단지 안보리가 아닌, 전체 국제사회에서 나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는 제재를 온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그러나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와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대사는 한 목소리로 이번 제재가 북한을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대사는 "오늘 결의는 한반도의 핵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자 디딤돌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대사는 결의 그 자체가 한반도 핵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면서,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대화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추르킨 대사도 한반도 비핵화에는 정치·외교적 해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우리는 6자회담의 모든 당사국에게 가능한 한 조속히 회담을 재개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추르킨 대사는 "제재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며,
그는 안보리 결의가 북한의 경제를 '질식시키면' 안 된다면서 "(제재가) 수 백만 북한 주민에게 가장 부정적인 여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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