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아시아 최고의 물류허브’로 명성을 떨쳤던 홍콩항이 속절없는 추락 행보를 걷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로 물동량 자체가 줄어든데다 중국 내 항구들이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여년 전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항구였던 홍콩항이 지난해 5위로 내려앉았다”며 “컨테이너 물동량이 최근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5년 말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항구 톱5는 상하이항, 싱가포르항, 선전항, 닝보항, 홍콩항이다.
홍콩항의 입지가 좁아진 이유는 중국 내 항구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물류비용 측면에서 상하이, 선전, 닝보 항구보다 비싸다. WSJ은 “수출입 화물 대부분이 중국 본토로 향하는데, 홍콩항을 거쳐서 가는 것보다 다른 항구를 이용하는 것이 거리도 짧고 가격도 10~30%가량 싸다”고 보도했다.
홍콩항 수심이 얕은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심이 낮으면 초대형 화물선이 부두 가까이로 들어오지 못한다. 이 때문에 부두와 대형선박 사이에서 화물을 옮겨주는 작은 선박을 추가로 운행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이는 비용의 증가를 의미하는 동시에 화물파손 등과 같은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상하이 국제해양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항의 물동량은 전년 대비 9.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항과 선전항의 물동량이 각각 3.5%, 0.7%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홍콩 정부는 홍콩항의 부진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홍콩항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10만 여명에 달한다. 홍콩항 추락이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홍콩 정부는 홍콩항을 살리기 위해 기존 항구를 최대한 넓히는 공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홍콩 내 란타우섬에 새로운 화물 터미널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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