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검찰의 개입으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이 나집 총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지 불과 나흘만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위스 검찰은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인 1MDB가 운영하는 펀드에서 약 40억 달러(약 4조8000억 원)의 자금이 유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1MDB는 라작 총리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인프라 투자를 위해 2009년에 만든 국영펀드다.
스위스 검찰에 따르면 2009∼2013년 1MDB 자회사인 SRC인터내셔널, 페트로사우디 등 4개 회사를 통해 유용 자금의 일부가 아랍에미리트로부터 말레이시아 전·현직 관리 소유의 스위스 계좌로 흘러들어 갔다. 스위스 감독당국은 이 거래가 수상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8월부터 이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2013년 총선을 앞두고 1MDB와 관련된 중동 국부펀드의 스위스 은행 계좌 등을 통해 나집 총리 계좌에 6억8100만 달러(약 8200억 원)가 흘러들어간 것이 지난해 드러났다. 총리는 이 거액이 사우디 왕가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며 이후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혹이 커지면서 라작 총리는 야권은 물론 여권 인사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이 공식적으로 조사에 나섰지만 지난 26일 이 돈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흘
말레이시아 야당인 민주행동당(DAP)의 토니 푸아 의원은 스위스 검찰의 수사 내용과 관련해,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이 외국 수사당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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