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회피하고 싶다고? 거액 자산을 미국으로 옮겨오면 된다고 고객들에게 권유한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효과적인 조세피난처(tax haven)로 급부상하고 있다.”
앤드류 페니 로스차일드 전무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로스차일드는 최근 미 네바다주 리노(Reno)에 거점을 마련하고 역외 조세피난처인 버뮤다·바하마 등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던 부유층 고객들의 돈을 네바다로 이전시켰다.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와 리노는 도박과 관광이 발달한 곳으로 조세피난처의 입지로는 매력적인 곳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27일(현지시간) 네바다주를 비롯한 사우스다코타주와 와이오밍주가 미국 내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이곳을 ‘뉴 스위스’로 부르기도 한다. 자금 출처 공개와 탈세 정보 공유에 앞장서온 미국이 세금 회피의 온상지로 주목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부터 미 사법당국은 스위스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세금을 회피해온 미국인들을 강도높게 조사했으며 스위스은행이 미국인 고객의 계좌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미 중서부에 위치한 몇몇 주는 계좌의 익명성과 세금 감면을 보장하면서 조세회피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 신탁회사인 트리덴트트러스트는 스위스와 케이먼군도 등에 있던 수십개의 계좌를 사우스다코타주의 수폴스로 옮겼다. 사우스다코타주는 변변한 제조업이 없어 서비스업으로 경제를 지탱하는 곳이다. 이처럼 조세피난처로서의 명성이 자자했던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케이먼군도, 바하마 등에서 미국 중서부로 조세회피 자금이 속속 이동하는 이유는 이곳의 세금 회피 안전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역외 탈세를 방지할 목적으로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을 제정해 5만달러 이상의 해외 계좌를 갖고 있는 미국 납세자의 정보를 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제공받기로 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 FATCA 보다 한층 엄격한 기준을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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