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환율 급변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이 환투기세력에게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특히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을 환투기세력으로 직접 거명하는 등 일전불사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지난 97~98년 말레이시아 링깃화 폭락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모하메드 마하티르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가 “소로스 회장의 외환투기가 건실한 동남아 경제기반을 거덜내고 있다”며 맹비난을 퍼부으며 자본통제를 가했던 상황과 엇비슷한 모양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소로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중국당국의 향후 대응책을 예의 주시하는 배경이다.
27일 신화통신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을 피할 수 없고 세계경제 디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는 소로스 회장의 도발에 대해 “투기꾼은 여전히 과거에 살고 있지만 중국은 현재를 붙들고 있다”고 비꼬았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26일자 해외판 사설을 통해 “소로스가 중국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소로스의 (위안화) 공매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환투기세력 공세에 맞서 소로스를 타도할 주요 타깃으로 지목한 것은 헤지펀드 업계에서 그가 가진 영향력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로스 회장은 지난주 다보스포럼에 참석, “미국 주식과 아시아 국가 화폐를 공매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로스 회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통화를 공매도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은 연초 위안화와 홍콩달러 급락사태가 소로스회장의 계획적인 공매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재경 등 중국언론에 따르면 소로스는 지난해 12월부터 1달러 당 7.5홍콩달러에 홍콩달러를 대거 공매도했고 이과정에서 홍콩달러 가치가 7.8홍콩달러까지 급락하면서 상당한 환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로스가 현재 위안화나 홍콩달러 공매도 포지션을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로스 회장이 잇따라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과 함께 최근 상황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빗대는 등 시장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아시아 통화 공매도를 노골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점에 중국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 소로스 회장이 위안화와 홍콩달러 추가하락 가능성을 내다본 공매도 분위기를 잡는 것 자체가 다른 투기세력들의 위안화·홍콩달러 공격에 불을 댕길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세력들이 소로스 회장을 따라 위안화 약세에 공격적으로 베팅할 경우, 중국 위안화가 통제불능 상황을 급락하고 이에따라 해외자본유출이 더 거세지는 등 중국정부가 심각한 환율불안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2년 영란은행을 상대로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할 당시에도 소로스는 “파운드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며 투기세력의 파운드화 공격 동참을 이끌어내 한달만에 15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환차익을 올렸고 영란은행을 무너뜨린 인물로 명성을 떨쳤다. 소로스 회장의 이같은 환공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중국이 관영매체를 동원해 선제적으로 소로스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에서는 소로스회장이 위안화·홍콩달러 공매도 등을 통한 환투기로 과거 영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처럼 손쉽게 승리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해 중국에서 대규모 외자유출이 발생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3조달러에 달하는 세계최대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또 중국 외환시장이 선진시장에 비해 폐쇄적이어서 투기세력이 침투할 공간이 많지 않다는 진단이다. 신화통신은 26일 황쩌민 화둥사범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로스의 위안화 공매도는 중국처럼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이 완전 개방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과거 소로스가 환투기를 한 말레이시아, 태국은 동남아에서 금융시장 시장개방도가 가장 높은 나라들이었다.
중국 당국의 시장 통제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인민은행은 지난주 환율방어 수단으로 역외 위안화 계좌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도입해 한 데 이어 조만간 외국자본에 대한 진입규제를 풀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자를 끌어들여 외자유출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27일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5533위안으로 고시해 전날보다 소폭 절상시켰다. 이날 시장에서는 이보다 가치가 약간 낮은 달러당 6.57위안대에 거래됐지만 투기세력 공격 소식이 전해진 것을 감안하면 시장에 동요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98년 홍콩달러를 공격했던 소로스는 당국의 강경대응에 큰 손실을 보는 등 뼈아픈 타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아시아 외환위기로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칠때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를 필두로 한 국제 헤지펀드들은 홍콩 달러를 대거 매도해 가치 급락을 유도했다. 이에 홍콩 금융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홍콩 달러를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한편 홍콩 은행간 금리를 30%로 끌어올리면서 홍콩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덩달아 금리까지 급등하면서 대규모 차입으로 홍콩 달러 공매도에 나섰던 소로스는 환손실과 차입금리 급증이라는 더블펀치를 맞고 물러나야 했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중국 정부가 지난 97년 마하티르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가 시행했던 것처럼 극단적인 자본통제 카드를 사용할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주 하루히코 구로다 일본 총재는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중국정부가 자본통제를 실시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었다. 물론 아직까지 자본통제 카드를 쓸 정도로 다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또 중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금융·외환시장 자유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쉽게 선택하기는 힘들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지난해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계기로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와 자본시장 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97년 당시 마히티르 총리는 소로스를 ‘자본주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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