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과 중국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26∼27일 베이징(北京)을 찾아 미·중 ‘접점 찾기’를 시도한다.
케리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카운터파트인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외교·안보라인 실세들과 연쇄 접촉을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와도 면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리 장관의 이번 방중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작성한 미국이 대북제재의 ‘칼자루’를 쥔 중국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북한이 2013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에는 2개월 만에 중국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추가 핵실험 이후 20일 만에 방중길에 나섰다.
교도통신 등 외신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 북한산 광물 수입 금지, 강도 높은 금융제재안 등 기존 대북 결의안과는 차원이 다른 초강경 제재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은 ‘적절한 수준’의 추가 제재에는 동의하면서도 원유 등 전략물자 지원중단 등 북한 정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제재안에는 여전히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양국이 이번 접촉에서 조금씩 양보해 접점을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무대가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더욱 많은 상황이다.
양국은 케리 장관이 중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기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지난 24일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한미일 대북 공동전선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그것(공동전선)은 확고한 것(a firm one)이 돼야지 헐렁한 것(a flaccid one)이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접촉의 최우선 의제를 놓고서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미국 측은 북핵과 대북제재 문제가 이번 고위급 접촉의 최우선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관영 환구시보는 진찬룽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등을 인용해 북핵, 대만, 남중국해 중 대만문제가 가장
케리 장관과 왕 부장은 27일 오전 중국 외교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급 회담 결과를 내외신 기자들에게 설명할 예정이어서 양국이 대북제재 수위를 놓고 의견 접근을 이뤘는지, 입장 차이만 확인했는지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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