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위안화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위안화 변동성으로 시작된 금융시장 쇼크가 홍콩까지 옮겨붙자 3위 규모 역외 위안화시장인 대만도 리스크 차단을 위해 부랴부랴 거래규제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대만 뿐만이 아니라 싱가포르 등 최근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등에 발맞춰 의욕적으로 위안화 예금 유치와 상품시장 확대에 나섰던 국가들 역시 적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앞으로 해외 고위험 파생상품을 비롯해 외환풋옵션(장래에 특정가격에 통화를 팔수 있는 권리)에 대해 2~5% 수준의 신용거래보증금을 부과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타깃은 위안화와 위안화 관련 파생상품이다. 쉐리 추앙 금감위 은행감독국장은 “대만은 위안화 리스크에 대해 상대적으로 크게 노출돼있다”며 “집중적으로 시장상황을 모니터링중”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이 과도하게 신용을 이용해 위안화 상품을 구입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규제로 사실상 거래 축소를 의도한 것이다.
그동안 대만이 홍콩을 능가하는 ‘위안화허브’ 입지를 노리며 적지않은 공을 쏟아온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충격적이다.
위안화 허브는 중국 역외에서 무역결제를 위한 위안화 거래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신용거래 등을 위안화로 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대만은 지난 2013년 위안화 역외시장 지정후 위안화 표시채권과 각종 파생상품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거래규모가 급성장했다. 중국판 환헤지 ‘키코’(통화옵션상품)로 통하는 TRF 규모는 시작한지 불과 3년만에 110억 대만달러(약 4000억원)를 돌파했을 정도다.
문제는 출렁이는 위안화 환율이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대만서도 위안화 예금을 담보로 달러 대출을 내준 금융권을 비롯해 위안화 표시채권인 ‘딤섬본드’ 투자자, 파생상품인 TRF에 베팅한 트레이더들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위안화 평가절상에 베팅한 파생상품으로 인해 과거 한국의 ‘키코사태’처럼 눈덩이 손실을 보게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파로 대만 증시 역시 홍콩과 마찬가지로 대만 가권지수는 지난 20일 전일 대비 155.76포인트(1.98%) 하락한 7699.12로 마감했다. 가권지수는 올들어 5% 수준 추락했다. 외환시장에서 대만 달러 가치도 미국 달러에 대해 약 6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간 위안화 상품유치에 열올렸던 대만은행들에 대한 경고목소리도 커졌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위안화 환율이 10% 절하되면 대만 은행들은 23억달러 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대만 뿐만이 아니다. 그간 역외 위안화 거래 유치에 열올렸던 싱가포르도 이미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싱가포르는 홍콩에 이은 세계 2위 위안화거래 허브다. 대만보다 쇼크가 크면 컸지 작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싱가포르 ST지수는 올들어서만 10% 하락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역외 위안화 허브인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 한국을 합한 위안화 예금은 지난해 연말 기준 약 2조위안에 이르고 있다. 역외에서 얼마나 많은 위안화가 거래되는지는 파악되지 않지만 국제결제은행(BIS)은 2013년 자료를 활용해 일일 약 130억달러가 현물시장에서 거래된다고 분석
노무라의 티모시 애쉬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이 중국 위안화 행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가를 비롯해 중국경제에 대한 경계감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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